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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무기계약직 노조:
조합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방관하는 사측에 항의하다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의 무기계약직 노조(공공운수노조 국립공원공단희망지부, 이하 희망지부)가 최근 계룡산 국립공원사무소 앞에 농성 천막을 치고 집회를 하는 등 투쟁에 들어갔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사측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17일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희망지부 결의대회 ⓒ제공 이원진 희망지부장

희망지부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8년에 무기계약직이 됐다. 당시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실제로는 “중규직”에 불과했고 지금도 큰 차별을 겪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연환경해설사, 재난구조대, 환경미화 등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5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2023년 기준).

노동자들은 2017년에 노조를 결성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싸워 왔다. 동일 업무에 따른 각종 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고, 차별 시정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공단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법정으로 가져갔다. 지난해 11월에 공단 측은 고등법원에서 패소하고 상고도 포기했지만 여전히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제 윤석열 정부의 긴축 정책 때문에 이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 악화될 처지에 놓였다. 윤석열 정부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공공기관 정원을 5퍼센트 줄일 계획인데, 공단 측은 감축해야 할 인원 135명 중 121명을 무기계약직에 할당했다.

공단 측은 정년퇴직자들이 감축 대상이라 인위적인 해고는 아니라고 하지만, 총원이 줄면 노동자들은 업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부와 공단이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희망지부를 무시해 왔다.

게다가 국립공원공단 내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 공공연맹 국립공원노조는 자신들도 무기계약직 조합원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그간 차별을 개선하려는 희망지부의 투쟁을 지지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사측은 다수 노조 쪽에 힘을 실어 주는 행보를 해 왔고, 급기야 일부 정규직 관리자와 비조합원들이 희망지부 조합원들을 괴롭히는 일도 벌어져 왔다.

차별 시정 거부

이원진 희망지부장은 2021년 계룡산 사무소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태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에 일반직 5급(계장급 관리자)이 저희 조합원한테 직장 내 괴롭힘을 했어요. 이 직원이 우리 환경미화 직종 조합원 휴게실에 ‘말을 안 들으면 혀 잘라’, ‘일을 안 하면 손 잘라’ 뭐 이런 글들을 붙여 놨어요. 자기 말 잘 들으라고.

“그래서 저희가 국립공원공단 본사 법무인권부에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정확한 녹취록도, 증거도, 목격자 진술서도 있음에도 신고했던 4건 모두 무혐의 처분 받았습니다.

“계룡산 사무소만 아니라 작년과 재작년에 오대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 직원이 우리 조합원에게 욕설을 하고 폭언을 했는데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지방사무소가 계속 우겨서 제가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법무인권부에서 한두 달 정도 조사하고 또 무혐의 처분을 냈어요.”

계룡산 사무소에서 문제를 일으킨 관리자는 이후 속리산 사무소로 인사 발령됐는데, 거기서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되레 계룡산 사무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신문영 당시 계룡산지회장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신문영 전 지회장이 2021년에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주도했을 때 일부 비조합원들이 신문영 전 지회장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했다. 무혐의가 나긴 했지만, 이 신고는 관리자의 괴롭힘 문제를 물타기하는 효과를 냈다.

이후에도 신문영 전 지회장 등에 대한 일부 비조합원들의 무시, 배제, 유언비어 유포 등 괴롭힘은 계속됐다.

희망지부 조합원들이 담당 과장에게 수차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담당 과장은 무시로 일관했다. 6월 말에 희망지부 측이 사측에 가해 직원들을 피해 조합원들과 분리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이런 문제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처인데 말이다.

희망지부가 집회를 하고 7월 22일부터 농성에 들어가는 등 행동에 나서자 사측은 뒤늦게 분리 조처를 하겠다더니, 관련 직원들을 모두 컨테이너로 보내는 등 피해 조합원 조건이 더 열악해지는 안을 내놨다.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서, 희망지부는 제대로 된 분리 조처를 시행하라고 계속 투쟁을 벌여 갈 계획이다.

이원진 지부장은 이번 투쟁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일 뿐 아니라 전 노조 간부에 대한 탄압, 소수 노조 조합원에 대한 탄압”에 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지부는 천막 농성을 이어 가고, 조합원 집회를 비롯 공공운수노조가 지원하는 집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가을에 있을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7월 17일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희망지부 결의대회 ⓒ제공 이원진 희망지부장
국립공원공단 계룡산 사무소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인 희망지부 노동자들 ⓒ제공 이원진 희망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