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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차별 해소 염원을 저버리다

5월 17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문재인 정부 임기 4년이 지났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과 저임금에 여전히 시달린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구인 공무직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노동자 6만 1000명의 월 평균 임금은 252만 원(기본급과 고정수당 합산)이다. 문재인이 약속한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임금 달성은커녕, 민주노총이 제시한 올해 1인 가구 실질생계비 예측치인 225만여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더구나 이 노동자들은 호봉 상승이나 승진도 없다. 기본급 인상도 억제돼 왔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공무직 노동자들은 저임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각종 수당 지급에서도 차별이 있다. 예컨대,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 노동자들은 “공무원보다 1년씩 늦게 인상되는 식대와 14년째 동결인 정액 명절상여금을 받고 있”다(공무원의 경우, 명절상여금은 기본급 수준에 연동되어 매해 인상될 수 있다). 방사선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위험수당을 받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동일 업무를 하는 공무직은 위험수당을 못 받고 있다.

정부는 명백히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복지수당 3종(급식비,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을 비롯한 직무 외 차별 수당을 해소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공무직위원회 점검 결과, 많은 공공기관들에서 복지수당 3종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공무직 노동자들의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올해 예산이 556조 원이지만 비정규직 차별해소 예산은 없다.”(민주노총)

그리고 정부 각 부처의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공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식대와 명절상여금 외의) 수당 신설, 기존 수당의 인상을 아예 지침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에서 노사가 공무직의 수당 인상을 합의했다가도 기획재정부의 지침 때문에 사측(복지부)이 합의를 번복하는 일마저 있었다.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지난 3월 2일 기획재정부 지침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의 낮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이후 90일 내에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답변을 해야 하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공무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계속되는 차별에 박탈감과 분노가 상당하다. 내년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가 다가오자,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이 있는 대통령 문재인이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국가인권위 권고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5월 17일에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청와대 앞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처우 개선은커녕 되레 직무급제를 정착·확대하려 한다. 최근 공무직위원회 임금의제협의회에 양대노총이 참가하고 있는데, 정부는 직무급제 개편 논의를 우선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직무급제 도입 확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저임금에 묶어두고 차별을 고착화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확대하고 있는 ‘표준임금체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임금체계 하에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중앙행정기관, 광역지방자체단체, 시도교육청에 속한 무기계약직·기간제 노동자들의 제반 노동조건을 다루는 공무직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 대책은 단 1건도 내놓지 않고서 임금 인상을 억제할 직무급제 도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금의제협의회 논의도 실질적인 임금 개선과 차별 해소를 위한 방안을 도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국가인권위의 권고에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에 대해 “직무의 분류, 분석 및 평가 등을 바탕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무기계약직 임금기준[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직무 평가에 기초해 임금 기준을 마련한다고 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는 “낮은 직무”이고 그에 따라 낮은 임금을 줘도 된다는 식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직무 평가에 기초해 임금 기준을 마련한 ‘표준임금체계’가 보여 주는 바다.

6~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이 예고되고 있는데 이런 투쟁을 대규모로 벌이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투쟁 속에서 공무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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