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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파업:
간호법 쟁취한 한편, 임금 인상은 아쉬움 남기다

보건의료노조가 8월 29일 파업을 실행하기 하루 전날 대부분의 병원에서 조정안이 타결됐다. 조선대병원은 29일 파업에 돌입해 6일 만인 9월 3일 사후조정에 합의했다.

응급실 마비 등 의료 대란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여부는 큰 관심을 끌었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큰 손실을 보고 있는 병원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을 포함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보수적 의사들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한 기대가 커서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필요에 냉담한 기득권 고수 의사들의 태도 때문이다.

반면, 팬데믹을 거쳐 지금까지 말 그대로 병원을 지켜 온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는 광범하다. 병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환자들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실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노동자들이 실제로 파업에 들어갔다면 정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위기를 맞이했을 것이다. 윤석열이 (바로 지난해 거부권을 사용해 막았던) 간호법 제정에 나선 이유다.

지지부진하던 국회 협상 논의도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8월 24일 이후 4일 만에 일사천리로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에는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자격, 교육과 훈련에 관한 조항들이 신설돼, 향후 간호사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윤석열은 지난해 거부권 행사 당시 ‘직역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는데, 신설되는 간호법에 간호조무사들의 바람이 담긴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간호조무사들은 전문대학교에 간호조무학과를 설치하고 해당 학과를 졸업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받도록 해 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간호협회 등의 반대로 법안에서 제외됐다.

불행히도,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도 해당 조항은 빠졌다. 윤석열 정부가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처지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이 순전한 위선이었음을 보여 준다.

간호법이 통과됐음에도 간호사들의 실제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추가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PA 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화하고 엄격한 자격요건을 시행령에 담아내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점에서, 민주당이 간호법을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시킨 것은 윤석열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 준 일이기도 한 것이다. 민주당에게 노동계급 대중의 조건과 관련된 요구와 쟁점은 다른 계급의 그것에 비해 부차적이다.

8월 28일 한림대의료원 파업전야제 ⓒ출처 보건의료노조

아쉬운 임금 인상

한편, 병원 노동자들의 또 다른 핵심 요구인 임금 인상 수준은 만족스럽지 않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을 얻은 병원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무급휴가와 휴직을 강요당해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비판해 왔다.

보건의료노조의 이번 파업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위기 속에서 매우 주목받았었다. 하지만, 빅5 병원 중 보건의료노조 소속인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지부는 파업을 예고한 병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전공의들의 이탈 후 병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데다 노조가 너무 작거나, 너무 오랫동안 싸우지 않아 투쟁에 필수적인 자신감과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서울대병원도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노조임에도, 특별히 예외적이었던 한두 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산별교섭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별 병원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을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여겨 좀처럼 응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십~수백 개 병원이 실질적인 공동 파업을 하는 것은 병원 노동자들 전체의 사기 증가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간호법 통과를 발판으로 삼아 실제 현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또 생계비 회복을 위해 병원 노동자들이 향후 투쟁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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