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러시아를 향한 장거리 무기 사용 여부를 둘러싼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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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위기가 벌어지고 있는 나머지 — 무엇보다도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 가장 위험한 위기를 잊기 쉽다. 바로 러시아 제국주의와 서방 제국주의의 충돌 지대에 놓인 우크라이나에서 전개되고 있는 유혈낭자한 재래식 전면전이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최초 침공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해 반격에 실패했다. 러시아의 수적 우위와 무기의 우위가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의 전선은 동부의 도네츠크 지방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방을 급습해 약 1300제곱킬로미터의 영토를 장악했지만, 도네츠크 완전 장악에 노력을 쏟고 있는 러시아 정부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서방 정부들을 더한층 압박하고 있다. 사정거리가 250~300킬로미터에 이르는 미국의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 미사일, 영국의 스톰 쉐도우 미사일, 프랑스의 스칼프 미사일 등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9월 12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거기에 응수하는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의 표적을 설정할 나토의 위성 자료와 군 인력 없이는 그 미사일들을 쓸 수 없다고 푸틴은 주장했다. 그리고 섬뜩한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토 국가들은 ⋯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셈이다.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 우리는 그에 걸맞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젤렌스키를 지지한다. 총리 키어 스타머는 푸틴의 위협에 유치하게 응수했다. “러시아가 이 충돌을 먼저 시작했다.” 그러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써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뒤 스타머는 미국을 방문했다. 스톰 쉐도우 미사일을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쏘는 것을 우크라이나에 허가해 주라고 바이든(아직 미국 대통령이다)을 설득하러 간 것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회의적이다. 한 가지 이유는 핵전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참모진에게 ‘제3차세계대전을 피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변화시킬 만큼의 미사일을 ⋯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미국 관료들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미사일을 마냥 공급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이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벌어질 충돌에 대비해 무기 재고를 충분히 비축해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가 언급한 이 다른 충돌들은 푸틴이 (설령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더 깊숙이 타격하도록 허락받더라도) 핵전쟁까지는 가지 않으면서도 보복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보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수평적 확전”을 경고했다. “수평적 확전이란 예컨대 러시아가 예멘의 후티에게 주요 해상 교역로를 타격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 전문 인력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응·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뿐 아니라, 그 교역로에 의존하는 모두에게 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푸틴은 이미 이렇게 경고했다. “누군가가 우리의 영토를 타격하려고 작전 지대에 그런 무기들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 우리도 우리에게 그런 짓을 하는 나라들의 민감한 표적들을 타격할 수 있는 지역으로 그에 상응하는 무기를 보낼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중동에서 그 위기를 더 악화시키겠다는 위협이다.
이런 가능성을 제쳐 두더라도 푸틴이 이번에는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지 않을 공산이 큰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1월 5일까지 기다리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될 가능성이 최소 반반이다. 지난주 트럼프는 카멀라 해리스와 벌인 대선 TV 토론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다. 내가 당선인이 된다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그 일을 끝내 버리겠다.”
어쨌든 미국 정치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시들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추가 자금 지원이 통과될 가망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푸틴은 시간이 자기 편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스타머 같은 자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나토의 대리전을 고조시키려고 매우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영국의 전직 국가안보보좌관 킴 다록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푸틴이 허풍을 치고 있다고 그들이 확신한다면, 좋다, 인정해 줄 수 있다. 그러나 푸틴이 언제까지나 허풍만 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