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속옷 시위’ 여성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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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히잡 착용 강요에 항의하며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벌인 한 여성(사진)이 탄압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앞서 이란의 예비군 조직인 ‘바시즈’는 그녀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히잡을 잡아 뜯었고 그 과정에서 옷이 찢기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의 속옷 시위는 이에 대한 항의였을 개연성이 크다.
이란 당국은 “정신적 문제”가 있어서 이 여성을 “특별 보호 센터”에 입원시켰다며 구금 사실을 인정했다. 국제엠네스티는, 히잡 거부 여성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이란 당국의 상투적 거짓말이라고 폭로했다.
히잡을 쓸지 말지는 전적으로 여성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다. 이번 시위에 나선 여성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
서방 국가들이 공공 장소에서 히잡을 쓴 여성을 탄압하는 것에 반대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란 국가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탄압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이란 지배자들은 ‘이슬람의 가치가 서방의 가치와 다르고, 따라서 당국의 종교적 규율에 반기를 드는 것은 미국 등 제국주의를 편든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것은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해석을 이용해서 이란 내 불평등과 위기, 정치적 억압 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단속하고 입막음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란 지배자들의 억압은 용기 있는 저항에 부딪혀 왔다. 특히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던 한 쿠르드계 여성이 의문사하자, 전국 모든 주에서 억압적 정권에 항의하는 운동이 벌어져 수 개월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그 운동은 이란 지배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생생한 악몽으로 남아있다.
이런 저항이야말로 1978~1979년의 혁명적 전통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것이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 제국주의에 도전할 힘의 원천이다. (현재의 이란 정부는 진정한 반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다. 이란 정부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미국과 협상할 카드 정도로 여긴다.)
한편 서방과 국내 매스미디어는 이번 시위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문제는 충분히 보도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인·레바논인들의 저항적인 목소리를 없는 셈 쳐 온 것과 크게 대조된다.
이것은 이란 정권의 문제점을 보도하는 것이 ‘이슬람은 억압적 종교’라는 편견을 부추기는 데에 유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친)서방 언론은 이란을 꾸준히 악마화해 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레바논에서 남녀노소 모두 살해하고, 더 큰 전쟁을 벌이려고 이란을 도발하는 이스라엘과 그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은 이란 여성들의 권리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