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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 잠정합의안 부결: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 인상을 바란다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전체 조합원 6648명 중 6130명이 투표해(92.2퍼센트) 59.7퍼센트(3658명)가 반대했다. 잠정합의안이 기본급 인상 수준 등에서 조합원들의 염원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노조 집행부는 올해 기본급 15만 원 이상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당선했다. 이는 고물가·고금리 등 심각한 생계비 고통을 해소하고, 지난 불황기에 빼앗긴 임금을 회복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표출된 결과였다.

또, 현 집행부가 투쟁을 강조한 좌파였던 만큼 아래로부터 저항을 잘 조직해 사용자측에 맞서리라는 기대도 반영됐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조선업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을 회복하길 바란다. 11월 6일 파업 집회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안 내용을 보면, 기본급 월 12만 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 5000원 포함)과 격려금 450만 원 지급, 명절 귀향비 각 20만 원 인상 등 지난해 합의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조선업 업황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 사용자측 발표에 따르면, 선별 수주를 하고 있음에도 올해 3분기 만에 연간 수주 계획의 97퍼센트를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 가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물량이 대폭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낀다. 공장은 거의 풀가동 중이다. 그럼에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납기 지연을 걱정하는 경영진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세계 조선업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려 한다. 현재 업황이 초호황기 수준은 아니고 현대중공업 주력 선종 중 하나인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2000년대 조선업이 호황기일 때도 사용자측은 어려울 때를 대비하자며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사용자측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8월 말부터 투쟁을 조직했다. 두 달 반 동안 3~4시간 파업을 포함해 24차례 파업을 진행했고, 특히 10월부터는 투쟁 수위를 올려 생산에 차질을 입혔다.

그러자 사용자측은 구사대를 대거 동원해 폭력을 사용하며 생산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수십 명이 다쳤고 구사대의 폭력을 제지하던 노조 사무국장은 코뼈가 부러졌다.

선진 노동자들은 노조 집행부에 파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 부담 증가를 감안해 사용자측을 더욱 압박하는 투쟁 전술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파업 참가자를 늘리기 위한 기층 활동을 강화하고 생산 차질을 극대화하는 등 투쟁 수위를 더욱 올려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난주에 노조 지부장이 사장과 독대한 직후 실망스러운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임금 손실에도 24차례 파업을 한 노동자들로선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보다 2000원 높은 수준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 1차 잠정합의안 부결율(68.8퍼센트)보다 낮지만, 60퍼센트에 이르는 부결율은 많은 노동자들이 더 싸운다면 더 나은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다고 여긴다는 점을 보여 준다.

노조 집행부는 이 같은 조합원들의 염원을 받아서 즉각 투쟁 조직에 나서야 한다.

사용자측은 줄곧 지난해 인상액 수준 이상은 어렵다고 버텼지만, 노동자들의 압력에 밀려 일부 양보를 해야 했다.

따라서 지금은 교섭이 아니라 더 강력한 투쟁 조직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파업 참가 인원을 더 늘리고, 투쟁 수위를 높여 파업 효과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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