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가자지구 영구 휴전 촉구 결의, 환영할 것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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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 촉구 결의안’이 재석 국회의원 202명 중 200명의 지지로 통과됐다.
제목만 보면 진일보한 결의안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참여연대도 이를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이번 국회 결의안은 환영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 역사 전체가 아니라 1967년 전쟁 이후의 점령만 ‘불법’으로 문제 삼는다.
이번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와 저항을 지지한다는 말 대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에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 확전 위험에 우려만 표할 뿐, 그 위험의 책임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있다는 점도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결의는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대외적으로든 국내적으로든) 거의 없다. 오죽하면, 이 결의안을 추진한 민주당의 광주시장 강기정이 그 결의안이 통과된 날, 주한 이스라엘대사를 극진히 대접하고 있었을까?
이번 국회 결의는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등이 발의한 휴전 촉구 결의안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석기 의원(국민의힘)의 수정을 거쳐 통과된 것이다.
사실 이재정 의원 등이 발의한 결의안도 (이번 결의안에서는 빠진 이스라엘 규탄과 제재를 포함하기는 했지만) 양비론 때문에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약했다. 그런데 국회에서 통과된 결의는 그보다도 더 후퇴했다.
이재정 의원 등의 결의안 초안에서는 이스라엘인 포로 석방과 함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석방 촉구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통과된 결의안에서는 이스라엘인 포로 석방만 촉구할 뿐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촉구가 빠졌다.
이재정 의원 등의 초안에는 한국 정부가 지난 9월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 종식을 촉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통과된 결의안에서는 주어가 불분명한 채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참여연대는 이런 후퇴에 “유감”을 표했지만 국회가 초당적 지지로 휴전을 촉구한 것에 더 큰 의의를 둔다.
그러나 국회의 초당적 촉구가 과연 얼마나 큰 의의가 있을까?
한국 정부에 부담을 주는 내용은 모두 빠졌다. 이재정 의원 안에는 앞서 언급한 9월 유엔 총회 결의 채택 당시 한국 정부가 기권 투표한 것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 결의에는 그런 지적이 없다.
또, 국회 결의에는 결의안 통과 일주일 전 네타냐후 등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내용도 없다. 한국 또한 ICC 당사국이기에 그들을 체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국회 결의에는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
이는 미국이 ICC 체포영장을 “거부”하고, 프랑스도 ICC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서방 쪽 분위기를 의식한 회피일 것이다.
사실,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것은 미국 등 서방 지배자들의 입장을 본질적으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또한 유엔 안보리의 휴전 촉구 결의안에는 찬성 투표한 바 있다. 그러니 이재정 의원의 결의안에 대해 외교부조차도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 등을 감안할 때 결의안 추진 취지에 공감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일 테다.
국회와 국제 기구들을 움직이는 것에 이스라엘을 막을 궁극적 힘이 있지 않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그것의 보조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미국 등 서방 지배자들이 휴전 문제로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고 국제 기구들이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정들을 내리는 이유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거대한 국제적 연대 운동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제 기구들의 조처들은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제재하는 내용일 때조차 언제나 뒤늦고 언제나 불충분하다. 강대국 지배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거슬러서 그런 압력을 실제로 수용하려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변화를 성취하려면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그르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할 만큼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국 제국주의에 반기를 들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 민주당 정치인들을 설득해서 국회를 움직이고, 나아가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를 움직여서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를 멈추겠다는 시도는 무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