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문가비 씨의 비혼 출산을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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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출산, 가족 구성은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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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 씨가 모델 문가비 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우성 씨는 문가비 씨가 출산한 아들이 자신의 친자이고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지만 문가비 씨와 결혼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후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가 쏟아졌다.
정우성 씨의 각종 사생활, 십수 년 전의 인터뷰 발언, 한 역술인이 본 정우성 씨의 관상, 그의 재산과 그에 따른 양육비 추정 금액, 재산 상속 문제 등. 이런 보도가 불쏘시개가 돼 각종 논란을 키웠다.
영국 공영 방송 〈BBC〉는 “한국 스타의 혼외자 스캔들이 국가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우성 씨는 청룡영화제에서 시상식 무대에 올라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또 안고 가겠습니다.”
정우성 씨가 박근혜 퇴진을 지지하고 난민 인권을 옹호하는 등 진보적 행보를 해 온 점 때문에 우파에게 표적이 된 듯하다.
특히 기독교 우파가 정우성 씨의 혼외 출산을 비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임다윗 목사)는 “아이를 물질로써 책임만 지면 된다는 비뚤어진 의식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도 나경원 의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등록동거혼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양육환경은 한 명의 아버지와 한 명의 어머니로 구성된 건강한 가정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심한 편견일 뿐이다. 오늘날 가족 현실에 비춰 보면 편협하기가 그지없다.
혼인으로 맺어진 남녀와 그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이 이제는 더는 지배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다. 비혼 또는 이혼 한부모 가정, 사실혼 관계, 동성 커플 등 가족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분리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비혼 출산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4.7퍼센트). 유럽(50퍼센트 이상)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늘고 있다.
인식도 바뀌고 있다. ‘2024 사회조사’(통계청)에 따르면 20대의 43퍼센트가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10년 전에 비해 12.5퍼센트포인트나 늘었다.
그래서 정우성·문가비의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 변화된미래를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는 정우성·문가비 씨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며 20년 전과 비교해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와 시선이 상당히 바뀌었음을 느낀다고 했다.(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또, 이참에 비혼 출산과 한부모 가정에 대한 열악한 제도와 지원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일부 페미니스트는 정우성 씨를 비난한다.
예컨대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의 공저자인 이슬기 씨는 〈여성신문〉의 칼럼에서 정우성 씨에 대한 ‘뭇 여성들의 비판’을 이렇게 옹호한다. “결혼이라는 ‘제도’로라도 돈으로만 귀결되지 않는 양육의 부담을 남자에게 강제하고 싶기 때문”이고 “남성의 무책임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여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의 무게에 대한 집단적 분노[의 표현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견해는 보수적 관념에 타협하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결국 개별 가족에 떠넘겨진 양육 부담을 문제 삼기는커녕 인정한다. (비록 그 책임을 여성에게서 남성으로 지우자고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성 자신의 선택 가능성을 지운다. 출산과 양육을 문가비 씨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성의 다양한 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환원하면 의도치 않더라도 도덕주의와 성 보수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삼자가 모두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두 성인 남녀가 합의해 한 생명이 태어났다니 축하할 일이고, 부모가 책임을 다한다니 아이에게 좋은 일이다. 그 선택을 존중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