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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독재자가 권좌에서 쫓겨난 틈을 이용하길 바란다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권좌를 버리고 러시아로 도망쳤다.

그는 사회주의자도 반제국주의자도 아니다. 그저 (2000년에)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잔학한 독재자일 뿐이다. 알아사드는 2011년 혁명적 반정부 운동이 등장하자 종파간 갈등을 부추겨 내전을 일으키고, 잔혹하게도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

이런 끔찍한 자가 드디어 타도된 것이다. 시리아인들의 SNS에서는 그의 동상을 끌어내리는 모습, 감옥에서 풀려난 정치범들을 부둥켜안고 우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재자 아사드의 대형 초상화를 불태우는 시리아인들

일각에서는 ‘반미’를 표방했던 아사드의 몰락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략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사드는 한 번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정말로 맞서지 않았다.

반세기 이상 대를 이어 온 독재 정권이 불과 며칠 만에 무너진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취약한 지지 기반이다. 아사드 정권은 사람들의 최소한의 필요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시리아 내에 일정한 사회적 기반이 없었다.

둘째, 아사드를 지원해 온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레바논 전쟁으로 약해졌다.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시리아인들이 해방을 쟁취하려면 만만찮은 장애물을 헤쳐 나아가야 한다.

시리아에서는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을 틈타 미국과 러시아가 암투를 벌여 왔고, 이란과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 지역 강국들도 개입해 왔다. 독재자가 도망친 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새 정부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지를 밝혔다.

시리아를 무대 삼아 이런 지정학적 파워 게임을 벌이려는 강대국들 그 어느 하나에도 기대어서는 안 된다.

독재 타도를 이뤄 낸 것이 대중 운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주의 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라는 점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HTS는 미국이 주장하듯 “테러리스트 조직”은 아니지만, 평범한 시리아인들의 뜻을 대변하는 대중 운동도 아니다.

그러나 독재자의 몰락은 분명 평범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설 기회를 제공한다. 아사드의 몰락으로 시리아인들이 다시 투쟁할 수 있는 전망이 열렸고,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 수립에도 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