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운동 보도에 소극적인 북한 매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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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이후 북한 공식 매체들은 한동안 윤석열의 쿠데타와 윤석열 퇴진 운동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12월 11일에야 〈로동신문〉이 비상계엄 선포와 한국 내 탄핵 지지 소식을 보도했다.
그 뒤로 또 관련 보도가 없다가,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틀 후인 16일에 〈로동신문〉에 사진 없이 짤막한 기사만 실렸다.
쿠데타 미수 이후 윤석열 퇴진 운동이 분출한 상황에서 이런 소극적인 보도는 그 직전까지의 보도 행태와 비교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1월에 북한 〈로동신문〉이 남한의 반윤석열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12월 3일 이후 일주일 동안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모든 북한 매체가 관련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퇴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남한 정치 상황에 관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가 자칫 정권 교체에 동티가 날 수 있다는 점이 조심스러울 것이다. 윤석열이 “종북 반국가세력”을 문제 삼으며 쿠데타를 기도한 마당에, 북한 매체들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남한 우익과 미국 정부에 빌미를 주거나 트집 잡히기 쉽다.
게다가 12월 14일 트럼프는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을 대통령 특사로 임명하고 북한 같은 적성국과의 대화 임무를 맡기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한국의 탄핵 정국을 관망하며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법하다.
그런데 북한 언론이 윤석열 퇴진 운동을 자세히 보도해 부각하는 것은 북한 정권에는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법하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박근혜 탄핵 당시 탈북민들의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당했을 때 북한에 있던 분들이 이제 탈북해 와 계시거든요. 그분들 얘기 들어보니까, 처음에는 ‘탄핵됐네, 아이고. 뭐, 엉망이네’ 이랬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저기는 대통령을 시민들이 끌어내리네. 대통령도 잘못하면 회초리로 때리네. 우리는 지도자 동지가 평생 무슨 짓을 해도 말도 못 하는데’ 하는 게 생각이 났다는 거예요.”
북한 언론은 한국이 지금 “아비규환,” “사회적 동란”에 빠졌다고 보도하지만, 정권이 대중에 의해 타도될 수 있다는 점만은 자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