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제80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강풍과 우박을 뚫고 타오른 학살 규탄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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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여든 번째 서울 집회가 열렸다. 강풍과 우박이 몰아쳤지만 참가자들은 여느 때와 같은 규모로 모였다.
이날 집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를 완전 점령하고 가자지구 봉쇄를 강화하는 가운데 열렸다. 학살이 재개된 이래 4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이스라엘은 병원과 구급 호송대를 표적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기자들이 머물던 천막을 포격해 수많은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조영수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이 연설에 나서 이스라엘의 언론인 표적 살해를 규탄했다. “가자지구 현지에서 이제까지 언론인 2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양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숨진 언론인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이들의 죽음은 우연이 아닙니다. 4월 7일에도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언론인 2명이 사망했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의 학살의 진상을 전하기 위해 기꺼이 나선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저항은 계속된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는 가자지구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그저 통계 수치가 아니라 누군가의 형제자매이고, 부모이며, 자식이고, 친구이며, 꿈이 있는 사람들”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연설을 시작했다.

“세상을 주무르는 제국주의자들은 2년 가까이 학살 만행을 계속하면 저항이 꺾이리라고 꿈꿨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여 연대와 저항을 이어가는 우리는 그들이 틀렸음을, 그들의 바람이 헛된 꿈에 불과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향한 우리의 행동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가자지구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의 행동은 가자지구를 넘어 전 세계 모든 억압에 맞선 연대로 계속될 것입니다!”
나리만 씨가 연설하는 동안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잠시 내리쬐었다. 한결 밝아진 집회 대열은 나리만 씨의 힘찬 선창에 맞춰 한목소리로 외쳤다.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요르단 강부터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독립하리라!)”


이집트에서 온 유학생 알레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자신과 “우리 모두의 영혼과 양심과 마음을 일깨웠다”고 연설했다.
“어릴 적 저는 국제 변호사나 유엔 사무총장 같은 사람이 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 저와 같은 인종의 사람들이 인종 청소를 당하는데도 세계 각국과 NGO들이 방관하는 것을 보며 저는 제 꿈을 접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이 집회에 와서, 매주 일요일마다 다양한 인종·연령·젠더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의 꿈으로 하나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고위직에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무기라는 것을 말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이곳에 모입시다. 함께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칩시다. 우리가 매주 행진하는 바로 이 거리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을 축하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사회자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다시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리고 있음을 참가자들에게 상기시켰다.
지난주에 미국에서, 프랑스·독일 등 유럽에서, 모로코·알제리·튀니지·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바로 전날 토요일에는 15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뒤덮었다.


이에 재한 방글라데시인 샤킬 씨가 동료들과 함께 무대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휴대전화로 다카 시위 영상을 재생하며 방글라데시 현지의 열정을 생생히 전했다.
“15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다카에 모였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유례가 드문 큰 시위이고, 아마 세계적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류애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일입니까?
“미국은 그런 파괴를 돕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이웃 나라인 인도도 그런 파괴를 돕고 있습니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할 매우 악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방글라데시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합니다. 모두가 그래야 합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행진
샤킬 씨의 발언을 끝으로 참가자들은 서울 도심 행진에 나섰다. 비바람이 잦아들 듯하다가도 다시 부는 궂은 날씨가 계속됐지만, 대열의 기세는 드높았다.
광화문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행진 대열에 손을 흔들었고, 어떤 노부부는 대열이 지나는 내내 온 힘을 다해 박수를 쳤다. 행진 대열에 아랍어로 연대의 인사를 건네는 관광객, 일행을 멈춰 세우고 함께 대열을 주시한 한국인들도 있었다.


행진이 인사동거리에 이르렀을 때 때마침 비가 그쳤다. 인근 상점에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행진 대열을 박수와 응원의 손짓으로 맞이했다. 행진 장면을 핸드폰에 담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행진에 합류한 사람들로 대열은 더 불었다. 한 청년이 인사동거리에서 행진에 합류해, 행진이 끝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종로 거리 양편에서 호응하는 사람들을 핸드폰 영상으로 담았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도착한 후 참가자들은 집회와 행진을 모두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나크바의 날’인 5월 11일(일)에 열리는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고, 매주 일요일 집회에도 계속 참가할 것을 다짐했다. 다음 팔연사 집회는 4월 20일(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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