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정치 양극화 속 가톨릭 교회의 새 교황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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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좌파 역사가 그레그 그랜딘은 그의 신간 《아메리카, 아메리카》(America, América)를 매우 적절한 시점에 출간했다. 그 책은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복잡하고 많은 경우 적대적인 관계를 다룬 책이다. 그 대륙의 영어 이름(America)과 스페인어 이름(América)을 나란히 쓴 것은 아메리카 대륙을 독차지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비꼬려는 것이다. 미국의 그런 시도는 말로도 나타나고 때로는 현실로도 나타난다.
그래서 영국 BBC는 새 교황(이전에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자꾸 “최초의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라고 막무가내로 일컫는 것이다. 그는 최초가 아니라 두 번째인데, 최초는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의 전임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교황명 프란치스코)이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미국의 대도시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지만 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사목했고 페루 시민권자이다. 그래서 그랜딘은 그를 “아메리카, 아메리카(America, América) 교황”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이중성은 로마 제국 때 설립된 가톨릭 교회가 어떻게 2000년 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했다. 19세기 말의 교황 레오 13세를 기리는 이름이다. 1891년 레오 13세는 “노동헌장”(레룸 노바룸)이라는 유명한 회칙(교황이 전 세계 주교들에게 보내는 칙서)을 발표했다. 그 문서는 옛 봉건 질서에 깊숙이 뿌리내린 가톨릭 교회를 산업 자본주의에 적응케 하려는 시도였다. 그 문서에서 레오 13세는 사회주의와 계급 투쟁을 비난하고 사유 재산을 장황하게 옹호한다. 그러면서도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노동조합을 제한적으로 지지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용자와 노동자의 상생 관계를 형평성의 정신으로 충만하게 하라”고 호소한다.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줄타기를 되살렸다. 그의 전임자들로 보수파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는 해방신학 운동을 박해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두드러졌던 해방신학 운동은 가톨릭 교회를 가난한 사람들의 혁명적 투쟁과 조화시키려 한 운동이다. 교황이 되기 전 베르골리오 추기경도 해방신학 운동을 박해한 그들의 노선을 사실상 따랐다. 그러나 교황이 되자 프란치스코는 해방신학의 실천을 거부하면서도 해방신학의 정신을 일부 표현하는 법은 받아들였다. 특히, 이주민과 빈민을 감싸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가톨릭 교회의 “경직성”을 거듭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여성과 가족, 트랜스젠더 해방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가부장주의적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온정적인 어조로 긴장을 완화하려 하기도 했다.
레오 14세는 추기경들에게 한 연설에서 자신이 “노동헌장”에 담긴 정신을 이어받아 교황명을 선택했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또 다른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지키는 데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는 것에 대응해 가톨릭 교회는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법에 관한 가르침의 보고를 만인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실질적이라기보다는 표현법일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를 보면,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열리기도 전에 일단의 라틴아메리카 추기경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원래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지지 기반 외에도, “공동합의성”(시노달리타스)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이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던 “공동합의성”은 중요한 결정을 교황이 절대 군주처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들, 평신도들과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 출신자가 교황으로 선출된 것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미국의 가톨릭 교회는 부유하고 막강하다. 동시에, 첨예하게 분열돼 있기도 하다. 미국 가톨릭 교회 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트럼프를 확고하게 지지하는 극우가 강력하게 있다. 그 지도자들 중에는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지도자 스티브 배넌과 부통령 J D 밴스도 있다. 2023년의 한 설문조사를 보면, 2020년 이래 서품을 받은 사제들의 80퍼센트가 스스로를 신학적 “보수/정통파”나 “매우 보수/정통파”로 분류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범위를 가족으로 좁히려는 밴스를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두 친트럼프 추기경인 티머시 돌란과 레이먼드 버크도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지지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 지지를 통해 레오 14세가 전임자보다 더 보수파에 유화적이길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레오 14세는 전임자의 노선을 따를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의 가톨릭 교회는 급성장하는 우파적인 복음주의 개신교의 경쟁을 물리치기 위해 빈민을 감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가톨릭 교회는 극우 부상이 낳은 세계적 이데올로기 양극화로 인해 양분돼 있다. 역설적인 것은 프란치스코와 레오 14세가 주류 자유주의자들보다 더 확고하게 트럼프식 정치를 반대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