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복지 축소, 연금 개악으로 이어질:
노인 연령 상향 반대한다

현재 65세부터인 노인 연령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2월 기획재정부가 ‘노인 연령 조정’을 발표한 데 이어, 5월 9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소집한 간담회에 참가한 단체와 전문가들이 노인 연령을 높이자는 제안문을 발표했다.

이 제안문에는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70세로 높이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48년까지 68세로 높이고 기초연금도 현재 65세에서 단계적 상향해 2040년까지 70세로 높이자고 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공공시설 이용 할인 연령 등도 함께 높이자고 했다.

노골적으로 연금을 개악하고 노인 복지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노인 빈곤 심화시킬 노인 연령 상향 ⓒ조승진

이 안을 제안한 단체 중 하나인 대한노인회 회장 이중근은 지난해 노인 연령을 75세로 높이자고까지 한 바 있다. 그는 부영그룹 회장이기도 한데, 그와 같은 부자에게 이런 복지 축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층인 상황에서 이런 개악은 대다수 노인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정부의 복지 지출이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청년들의 노인 부양 부담을 줄이려면 연금과 복지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 노동계급 등 서민 부모의 연금과 복지가 줄면 그 부담은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노인에게 제공되는 연금과 복지가 줄어든다고 청장년층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노인 부양의 책임이 더한층 개별 가정에 떠넘겨지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탓하게 되는 비극적 상황이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연금과 복지는 노동계급 청장년 자신의 노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노인 연령 상향 제안에는 연금과 복지 축소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은 월급 받는 기간을 늘려서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노인들에게 더 오래 일하라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도 흔히 언급된다.

그러나 젊은 시절 힘들게 일한 노동자들에게 나이 들어서도 더 일하라고 하는 것이 노후를 위한 진정한 대안일 수 없다. 이는 결국 노동자들에게 이윤을 위해 노후의 삶까지 희생하라는 것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착취당하라는 것이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노인들이 일을 하고 있고,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처럼 얘기되지만, 노인 60퍼센트가량이 “더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일하고 싶다고 밝힌 40퍼센트의 노인들도 생계비 마련이 가장 큰 이유였다.(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 실태조사)

여론 조사를 보면 적잖은 노동자들이 정년 연장을 바란다고 응답하지만, 이는 단지 나이들어서도 일하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다. 연금과 복지가 부족한 상황이 노인들을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노인 연령 상향이나 정년 연장 논의를 노동자들의 노후 연금과 복지, 임금을 더욱 삭감하는 개악의 지렛대로 삼으려 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진정으로 노동계급의 노후를 위하는 대안은 연금과 복지에 대한 공격에 맞서고 연금을 더 많이 더 빨리 지급하고 복지를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연금과 복지를 늘릴 재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와 기업주들에게 5년간 81조 원에 달하는 감세 혜택을 줬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이 감세안에 합의했다. 이 돈이면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거의 두 배로 올려 줄 수 있다.

부자와 기업들에 증세를 해 연금과 복지, 일자리를 위해 쓴다면 노년층이든 청년층이든 노동계급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연금과 복지 증대는 세대 간 갈등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다. 연금과 복지 공격에 맞선 노동계급의 투쟁이 전진해야 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