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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드라마평 〈모 이야기〉:
웃음과 비극, 저항 의지가 공존하는 팔레스타인인 난민 가족 시트콤

서구 대중 문화에서 팔레스타인은 거의 없는 존재다. 팔레스타인인이 등장한다면 테러리스트로 나올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악마화,” “비인간화,” “동물” 취급은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져 온 일관된 흐름입니다.”(모 애머)

하지만 여기 훌륭한 예외가 있다. 팔레스타인인 가족이 주인공인 시트콤이라니. 지금까지 이런 창작물은 없었다. 할리우드와 미국 TV 방송 사상 최초다.

팔레스타인인 당사자가 제작,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재미와 작품성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모 이야기〉는 팔레스타인인 난민 코미디언 모 애머가 제작, (공동)각본, (공동)연출, 주연을 맡았다. 모의 전체 이름은 모하메드 무스타파 아메르.

아랍계 제작진, 즉 이집트계 배우, 알제리계 래퍼, 팔레스타인계 감독,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코미디언 등이 제작, 각본, 연출, 연기에 두루 참여했다.

시즌1(2022)과 시즌2(2025) 둘 다 모 애머의 자전적 내용이 많다.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쇼에서 입담으로 풀었던 것들이기도 하다.

실제로 모의 어머니는 나크바(“대재앙”이라는 뜻)의 해 1948년 팔레스타인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철도 기관사였던 모의 외할아버지는 레바논에 있었고 외할머니에게 “하이파의 집 열쇠를 가지고” 서안 지역의 부린으로 피하라고 연락을 보냈다.

이처럼 시온주의자들의 학살과 파괴로 집과 땅을 잃고 쫓겨난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언젠가 돌아갈 고향 집의 열쇠를 꼭 간직해 왔다.

시즌1은 모 가족이 1991년 미국에 망명했음을 알려 준다. 가족은 텍사스 주 휴스턴 시 교외 지역에 정착한다. 백인과 비백인 비율이 8:92로 백인이 소수, ‘소수 인종’이 다수인 곳이다.

하지만 모 가족은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22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들이 잘 나온다.

모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수십 년 뒤에) 아버지가 망명 전에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실제로도 그랬다고 한다.

시즌2에서 모 가족은 마침내 팔레스타인을 방문한다. 역시 모 자신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이스라엘 식민주의 국가와 정착민의 만행에 대한 장면과 내용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다.

시즌2의 각본 작업과 촬영은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공격 이후 진행됐다. 그런데 시즌2 마지막 장면의 극 중 날짜는 2023년 10월 6일이다. 즉 이야기는 10월 7일 공격 전에 끝난다.

모 애머는 시청자가 10월 7일에만 주목해 그때 갑자기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보이는 걸 가장 경계했다. “10월 7일에 이르기까지 쌓여 온 75년”이 있음을, “더 큰 맥락”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19세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모 애머는 중동의 미군 기지들에서도 여러 번 공연했다. 미군들은 아랍 세계에 대한 증오와 반감을 후회하는 말들을 털어 놓았고 그러다가 때로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다고 한다.

모 애머는 미국의 반(反)시온주의 유대인 단체 ‘평화를 지지하는 유대인의 목소리’(JVP)의 집회에서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모 이야기〉에는 미국 정부의 이민 단속과 난민 천대, ICE(미 국토안보부 소속 이민세관단속국)의 체포와 구금, 워크(Woke, 의식 있음), 총격 사건과 코데인(아편계 진통제) 중독 문제도 나온다.

차별과 폭력, 학살 전쟁의 현실에 놓인 아랍인 무슬림 청년들이 신앙에서 얻을 수 있는 자존감과 정체성에 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유일무이한 팔레스타인인 난민 가족 시트콤에는 웃음과 비극이 공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과 저항에 대한 분명한 지지가 있다.

마지막 장면 위로 1960년대 미국 흑인 반란을 북돋았던 니나 시몬의 노래(1967)가 흘러나온다.

‘알고 싶어요 자유란 어떤 느낌인지 / 나를 붙잡는 모든 사슬을 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퍼센트를 기록한 시즌1은 약 3시간 10분, 시즌2는 3시간 40분쯤 된다. 아쉽게도 자막에 몇몇 오류가 있다(시온주의자를 유대인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미국 대중문화 속 아랍인과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

이 주제에 가장 정통한 연구자 잭 샤힌에 따르면, 18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아랍인이 등장하는 미국 영화들 가운데 32편만 긍정적 관점이고 나머지 약 1000편은 부정적 관점이다.

아랍인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악의적으로 묘사된 집단이다.

아랍인 남성은 백인 여성에게 성적 위협을 가하는 음탕한 야만인으로, 오일머니를 가지고 경제적 위협을 가하는 어두운 존재로, 종교적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돼 왔다. 아랍인 여성은 1896년 에디슨의 회사가 만든 무성영화에서 이국적인 밸리 댄서로 첫 등장한 이래 관능적인 시녀와 ‘하렘의 소녀들’ 또는 검은색 천으로 전신을 가린 군상들이었다.

팔레스타인인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명저 《오리엔탈리즘》(1978)에서 서양이 동양을 묘사하는 인종차별적 가정, 편견, 억압을 정의했다. 동양을 열등하고 후진적인 “타자”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899년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백인의 의무〉에서 식민지 주민들을 “반은 악마, 반은 아이인 자들”이라 묘사한 것과 같다(그는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영화 매체의 진정한 혁신가이며 프랑스의 좌파 감독인 장뤽 고다르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문화는 제국주의의 알리바이”가 된다.

예컨대 폴 뉴먼 주연의 아카데미 수상작 〈영광의 탈출〉(1960)에서 시온주의자들은 무고한 희생자들로 팔레스타인인들은 나치와 연관된 학살자들로 뒤바뀐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문화와 제국주의》(1993)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1967년 전쟁 이후 서구에서의 아랍 세계에 대한 재현은 … 거칠고 환원적이며 조잡하게 인종차별적이었다. 아랍인들을 초라한 ‘낙타를 탄’ 테러리스트나 때로는 기분 나쁘게 부유한 ‘족장’으로 묘사한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친미 왕정을 타도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의 인티파다(항쟁)가 거세지면서, 동유럽 혁명과 소련 붕괴로 냉전이 끝나면서, 9.11 테러 이후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할리우드의 이슬람 악마화가 시작됐고 고조됐다.

극장과 TV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미치광이 살인마들처럼 등장했다. 척 노리스 주연의 〈델타 포스〉(1986)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테러리스트들은 여객기를 납치해 유대인 승객들을 고문한다. 〈백 투 더 퓨처〉(1985) 같은 영화에서도 쿠피야를 두른 테러리스트가 다짜고짜 주인공들을 죽이려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할리우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미국인들을 학살하려고 하는 영화를 30편이나 만들었다.

최대 흥행 대작 반(反)팔레스타인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 각본, 연출을 도맡은 〈트루 라이즈〉(1994)다. 악당들 거의 전원이 쿠피야를 두르고 있다. 이 영화는 20년 이상 거의 매주 TV에서 방영됐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나온 26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검토한 다른 연구의 결론도 비슷하다. 아랍인에 대한 긍정적 표현은 16개지만, 부정적 표현은 160개다. 26편 가운데 15편에서 아랍인과 무슬림은 분노한 테러리스트로 묘사된다.

인기 TV 드라마 〈24〉 시리즈(2001~2014)와 〈홈랜드〉 시리즈(2011~2020)에서도 주로 무슬림이 주적이다.

2006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에서 벌어진 모든 테러 공격 관련 뉴스를 연구한 조사는, 범인이 무슬림일 경우 그 이유만으로 비무슬림보다 평균 357퍼센트나 더 많이 보도됐다고 밝혔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정치 문화다. 특히 극우 정치의 주류화는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과 이민자 차별의 제도화, 그들을 향한 폭력을 고무한다. 이는 여전히 국가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 실천과도 관계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게 일방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저항과 연대, 이를테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극우에 맞선 대항 행동 같은 투쟁들이 불길을 막는 불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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