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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문자 남기고 자살한 특성화고 학생:
파견형 현장실습 폐지하라

특성화고 3학년 고(故) 홍수연 학생은 ‘현장실습’이란 이름 아래 콜센터 격무에 시달리다 올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일하던 곳은 분명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였지만 그는 LG유플러스 소속이 아니었다. LG유플러스 콜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LB휴넷이라는 회사 소속이었다.

범LG그룹의 계열사로 2009년 설립된 ㈜LB휴넷은 외주화 전문 업체로, 전체 매출액의 80퍼센트 이상을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벌어들인다. 2015년에는 7백44억 원, 2014년에는 6백55억 원을 그렇게 벌었다.

교육은 단지 취업 준비(착취당할 준비) 과정이 되선 안 된다 ⓒ이미진

‘간접고용’ 노동자였던 숨진 학생 홍 씨는 원청인 LG유플러스에서 사실상 일했던 것이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에 있는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여는 등 원청에 책임을 묻는 이유다. 야비하게도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는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을 “나는 모른다”고 잡아뗐다.

게다가 홍 씨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신분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LG유플러스 전주콜센터 해지방어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이 부서는 “멘탈이 부서진다”고 불릴 정도로 실적 압박이 심한 곳이다. 실적을 못 채우면 퇴근 시간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서 전화를 돌리거나 과제를 해야 했다. 홍 씨는 ‘깜지’도 썼다. 그가 아빠에게 남긴 마지막 문자는 “나 콜 수 못 채웠어”였다.

㈜LB휴넷은 이렇게 노동자들을 착취하고는 초과근무나 상품 판매에 대한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홍 씨와 학교·회사가 맺은 실습협약서(2016년 9월 2일)에서 현장실습수당은 1백60만 5천 원이었지만 회사는 일주일도 안 돼 근로계약서(2016년 9월 8일)를 따로 쓰며 임금을 낮췄다. 이에 따르면 기본급이 첫 달 1백13만 5천 원, 2월차 1백23만 5천 원, 3월차 1백28만 5천 원, 4~6월차 1백33만 5천 원, 7월차 이후 1백34만 5천 원이었다.

그런데 이조차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홍 씨가 받은 임금은 2016년 10월 86만 4천5백20원, 11월 1백16만 3천2백60원, 12월 1백27만 2천9백 원, 2017년 1월 1백37만 1천20원이었다.

어이없게도 ‘이명박근혜’는 이런 회사에 ‘고용창출 우수 100대 기업 선정 대통령표창’을 줬다(2011년도, 2014년도). ㈜LB휴넷에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아직도 현장실습생 10명이 남아 있다.

취업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직업교육 활성화, 일학습병행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취업률 올리기를 강조하면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을 싼값의 하청·파견 노동자로 전락시켰다. 취업률은 특성화고 교장과 교감의 성과급 평가 기준에 포함됐고, 지금은 폐지된 학교성과급에도 주요 지표로 들어가 있었다.

이런 탓에 학교는 학생들을 전공과 상관도 없는 업체에까지 현장실습을 보냈다. 홍 씨가 전공한 과목은 ‘애완동물과’였다. 2015년 기준으로 파견형 현장실습을 실시한 학생 가운데 20.5퍼센트가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취업률을 올려야 하는 학교와, 싼값의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취업률이 올랐다고 떠들지만, 정작 ‘좋은 일자리’ 취업률(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2년 79.6퍼센트에서 2015년 58.8퍼센트로 줄었다.

정부 정책이 학교를 '파견 업체'로 만들고 있다 ⓒ출처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19살의 김 아무개 씨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가 된 경우였다. 그를 고용한 은성PSD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1~2주 교육한 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에 투입했다. 이렇듯, 현장실습제도는 교육도 아니고 실습도 아닌 ‘값싼 노동인력 파견’ 제도로 봐야 한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산업체로 파견되는 식으로 진행되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폐지(직업교육훈련촉진법 폐지)해야 한다. 더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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