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독립 기념일’ 만찬 규탄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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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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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저녁 6시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독립 기념일’ 만찬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제목은 “인종청소 위에 세워진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인종 학살 멈춰라! 가자 봉쇄 해제하라!”였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주최한 이 만찬에는 각국 외교단, 한국·이스라엘 친선협회장인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포함해 한국 정부 주요 인사, 재계·학계·문화계 대표들이 참석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 ‘독립 기념일’은, 1948년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10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을 고향에서 쫓아낸 범죄 행위를 덮으려고 제정한 날이다.
게다가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 반입을 차단해 23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기아로 내몰고 있다.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오전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가던 매들린 호 나포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이스라엘의 대사관이 호화 호텔에서 팔레스타인인 인종청소를 기념하는 만찬을 연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기자회견이 당일 긴급하게 공지됐음에도 30여 명이 항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 중동·유럽 등지에서 온 이주 배경의 참가자들도 함께했다. 사회자의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문은 아랍어 통역이 제공됐다.
기자회견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과 오늘의 이 초대에 응한 인사들은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라는 사회자의 일갈로 시작됐다.
사회자는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혐오라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측의 비방도 반박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학살과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이지 결코 유대인 혐오가 아닙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행인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어떤 한국인 중년 여성 일행은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갔고, “프리 팔레스타인”을 외치며 주먹을 번쩍 들어 보이는 라틴아메리카 관광객 일행도 있었다.
기자회견이 호텔의 주요 진입로에서 열렸던 만큼, 자국 깃발을 꽂고 호텔에 진입하려던 많은 외교관 차량이 기자회견 장소를 지나야만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그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의 첫째 발언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이었다.
그는 가자지구의 끔찍한 기아 상황을 전하면서, “이것은 기근이 아니고 의도된 대량학살”이라고 말했다.
“소위 ‘독립 기념일’을 축하한다고 이스라엘이 이렇게 만찬을 벌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우리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학살한 피 위에서 벌이는 축제입니다.
“우리는 이 부도덕한 잔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과 이스라엘 정부한테 ‘우리는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합니다.”
또한 그는 그레타 툰베리 등 가자 위기를 알리고자 구호품 반입을 시도하다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매들린 호의 활동가들에게 연대의 뜻을 밝혔다.

다음 발언자는 연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얄라 연세’에서 활동하는 임재경 씨였다. 그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과 국내 극우 단체의 연관을 폭로했다.
“서울대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트루스포럼’이 주최한 보수주의 컨퍼런스에서 이스라엘 대사가 발언을 하기도 하고, ‘트루스포럼’이 이스라엘 지지 성명을 내자 이스라엘 대사관이 직접 극우 단체의 방문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끔찍한 만찬에 좋다고 달려온 한국의 기업주나 정치인, 대학 인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 당신들은 이스라엘 대표자들의 피묻은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또한 그는 대학가에서의 이스라엘 보이콧의 필요성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전했다.
“팔레스타인들을 절멸시키는 것을 연구해 온 이스라엘 교육 기관과 교류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말입니까? 연세대학교의 윤동섭 총장을 비롯해서 이스라엘 대변자의 피묻은 손을 맞잡으려 하는 한국 기업들과 정치인, 대학들을 규탄합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지난 5월 15일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자행한 대재앙을 추념하는 집회를 신촌에서 열었습니다. 수많은 유인물이 학생들의 지지 속에서 반포됐고, 학생들의 응원 속에서 신촌 거리를 행진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이스라엘의 진면목을 들춰내고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목소리와 손과 발이 될 것입니다.”

이어서 필자가 발언했다.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이스라엘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늘 만찬에 참석하고 있는 저 사람들은 이스라엘과의 국방·인공지능 기업과 거래하고 또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비록 그들과 우리가 같은 땅에 있지만 공통점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뚫기 위해 용감하게 항해한 그레타 툰베리 등 매들린 호의 활동가들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기간제교사노동조합 박혜성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사회자는 이번 주 일요일 오후 2시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도 많이 참가해 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