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
'가자로의 국제 행진'에 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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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야만 행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잔혹한 봉쇄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고사시키고, 서방 열강의 지지를 다잡고 시온주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이란을 공격해 중동을 확전으로 끌고 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런 이스라엘의 만행들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절망을 거부하며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투지가 다시 끓어 오르고 있고, LA 반란 등 반트럼프 운동이 미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6월 15일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활동가들이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통하는 라파흐 국경으로 행진하는 ‘가자로의 국제 행진’이 예정된 날이다.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이집트와 가자지구의 접경지 라파흐로 행진하는 행동이다. 지난주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매들린호 활동가들의 용감한 항해도 그 일부였다.
이 ‘가자로의 국제 행진’에 연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같은 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개최한 제88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는 ‘가자를 위한 행진’으로 진행됐다. 그에 걸맞게 집회와 행진에서는 국제 연대의 정신과 투지가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규탄도 나왔다. 사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 학살에서 그치지 않고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계 제일의 전쟁광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칭찬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전쟁 확대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학살 전범과 공범들을 지금 당장 멈춰세워야 합니다. 중동 전체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네타냐후의 시도는 반드시 좌절돼야 합니다.”
국경을 뛰어넘은 연대

이어서 가자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란티시 씨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 글로벌 목소리, 억압을 향해 이제 그만 멈추라고 외치는 목소리의 일부로서 모였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가족의 머리 위로 집이 무너지고, 전기·물·약조차 차단되며 삶이 봉쇄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자는 꺾이지 않습니다. 가자는 꼿꼿이 서서 저항하며 버틴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자까지 우리는 함께합니다. 우리는 계속 외치며 억압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자유가 돌아오고, 봉쇄가 해제될 때까지. 정의의 빛이 팔레스타인 땅 위에 다시 떠오를 때까지.”

다음 발언은 ‘가자로의 국제 행진’ 참가자들의 소식을 듣는 자리였다. 발언자는 가자 국제 행진에 참가하고 있는 박강가 히말라야 씨의 이모 박영윤 씨였다. 박강가 히말라야 씨는 라파흐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주 일요일 제87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해 가자 국제 행진을 알리고 연대와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박영윤 씨 자신도 과거 아프가니스탄 난민, 버마 난민 등과 연대하는 국제 연대 활동을 해 온 바 있다.
“국경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비폭력 평화 행진이지만,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무자비한 탄압과 인권 유린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집결하여 시나이 사막을 지나 라파흐 국경을 향하던 세계의 평화 활동가들은 이동 중 습격을 받아 짐과 여권을 빼앗기고 강제 해산됐습니다. 그들은 맨몸으로 공항으로 내쫓겼습니다.
“안전을 걱정하는 제게 강가는 그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매일 겪는 고통의 0.00000001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이 행진은 단발적 이벤트가 아닙니다. 세계 시민이 시작한 연대이고, 희망의 불씨입니다. 봉쇄를 멈추고 라파흐를 열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허락할 때까지, 우리 모두 자유를 위한 연대를 함께합시다.”
참가자들은 힘찬 구호로 화답했다. “가자 행진 지지한다! 가자 행진 보장하라!”

이어서 이집트인 정치 난민 엘겐디 씨가 이집트 민중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억압하는 이집트 엘시시 정부를 규탄했다.
“가자 행진에 참여한 다수의 활동가들이 이집트 경찰에게 폭행과 강제 추방을 당했습니다. 이집트에 남아있는 활동가들은 이집트 정부에 의해 추적당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가 벌이고 있는 것은 체계적이고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국제 협약과 국제 사회 관습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엘겐디 씨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도 비판했다.
“이스라엘이야말로 중동에서 테러와 학살을 벌이는 국가입니다.
“이란과의 충돌은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학살을 감추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BDS
기간제교사노동조합 박혜성 위원장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독립 기념일 만찬에 항의 행동을 벌인 소식을 전하며 이스라엘과의 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이 끔찍한 행사에 외교부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참석해 축사까지 했습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인요한,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총리였던 우파 정치인 황우여와 주한 영국 대사 등도 참석했습니다. 이 만찬에 참가한 것은 학살 국가 이스라엘의 피 묻은 손을 기꺼이 잡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지막 발언자인 크리스티아노 사비유 서울시립대 천체물리학 연구원은 글로벌BDS위원회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이스라엘 테크니온대학교를 인류 유산 보호 관련 심포지움에 초대한 것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소개했다.
“테크니온대학은 결코 중립적인 학술 기관이 아닙니다. 테크니온대학은 이스라엘 군산복합체의 연구 개발 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유산은 보호하면서 다른 누군가는 멸망시키는 것이 바로 테크니온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그들[심포지움 조직위원회]은 선택해야 합니다. 세계 유산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그 파괴를 지지할 것인가?”
그는 또한 이스라엘과의 공조에 반대하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 소식을 알려 큰 박수를 받았다.


재한 이집트인 학생 호세이파 씨가 아랍어 통역을, 통번역사 천경록 씨가 영어 통역을 제공한 덕분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발언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집회가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되는 동안 대열은 더욱 불어났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을 지나다 집회에 합류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힘찬 연설들을 듣고 한껏 기세가 오른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종로와 인사동을 거쳐 광화문과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코스였다.
이날 행진은 가는 곳마다 응원을 받았다. 차창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시민, 2층에 있는 식당과 카페의 창문을 열고 박수를 보내는 관광객, 벅찬 표정으로 영상을 찍는 무슬림 여성 등.


주한 미국 대사관을 지날 때는 길 건너편에서 팔레스타인 지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한 백인 남성이 행진 대열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연신 손을 흔들고 박수를 쳤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한 무슬림 관광객이 눈물을 흘리며 행진을 촬영했다. 그녀는 시위가 금지돼 있는 싱가폴에서 왔다며,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처음 봤는데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심정을 기자에게 전했다.
참가자들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구호를 외치며 ‘가자를 위한 행진’을 마무리했다.
땡볕과 무더위 때문에 참가자들은 땀을 흠뻑 흘렸지만, 행진 이후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저항과 연대로 희망의 불씨를 들불로 키워 나가자. 다음 팔연사 집회는 6월 22일(일) 오후 2시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