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96차 서울 집회·행진:
이스라엘의 가자 완전 점령 계획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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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 완전 점령 계획을 규탄하고 이스라엘과의 교류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서 울려퍼졌다.
8월 16일에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96번째 서울 집회는 경복궁 인근의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열렸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 이주 배경의 사람들, 외국인 등 30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기세 좋게 집회를 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팔연사 집회는 꾸준히 매번 새로운 참가자가 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파라 씨는 이렇게 전했다.
“집회가 열린다는 것은 지난해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 출산과 돌봄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 왔습니다. 최근 가자지구의 굶주림이 심각해지고 이스라엘이 언론인들까지 살해한 것도 참가를 결심한 계기의 하나였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가자지구의 기자인 무함마드 아부 샤아르 씨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들었다.
“200만 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은 이제 가자 전체 면적의 15퍼센트도 안 되는 곳에 몰려 있습니다. ... 전쟁 초기에는 우리에게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남쪽의 라파흐나 칸유니스로 피란 가거나 북부의 가자시티로 피란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선택지가 사라졌습니다. 가자지구에는 살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들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전진한 정책국장은 최근 재점화된 두 국가 ‘해법’을 비판하며,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직간접 무기 지원을 중단하고 모든 외교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해법’을 띄우는 서방·아랍 국가들이 하마스 무장 해제를 요구한 것도 비판했다. “대체 누가 무장을 해제해야 합니까? 피냄새를 진동하게 하는 학살을 누가 하고 있고 누가 돕고 있습니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하고 외쳤다.
전진한 정책국장이 “해법은 두 국가라는 허구가 아니라 학살 국가 이스라엘이 해체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자, 한 서구인 여성 참가자는 이에 호응해 “두 국가 해법은 망상(Two-state solution is delusion)”이라고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인도네시아인이자 카이스트 졸업생인 야야 씨도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서구의 여러 정부가 말하는 두 국가 해법은 거짓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 대통령까지 두 국가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평범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뜻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팔레스타인이 해방되기를 바랍니다.”
BDS
이스라엘과의 교류를 단절시키는 과제도 집회의 중요한 주제였다.
모로코 출신 대학생이자 캠퍼스에서 BDS(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사미아 씨는 얼마 전 모로코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진 학술 보이콧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도 같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참가자들을 북돋았다.

사미아 씨는 집회 전날 이스라엘 테크니온 대학의 CIPA 서울 심포지엄 참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 소식을 전하며 “그 결과가 무엇이었든,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정상 국가로 여기지 않도록 이스라엘의 참가에 맞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자와 연대하는 리미니’(리미니는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다) 활동가 앨리스 씨도 연설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인종 학살 국가와의 협력을 중단시키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로 연결돼 있는 것을 보게 돼 정말 감동적”이라며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BDS 운동 동참을 호소하자”고 촉구했다.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집회 장소를 지나치다 집회에 관심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연대 티셔츠를 판매하는 주최측 가판에서는 후원의 의미로 거금을 지불한 사람도 있었다.
인사동을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행진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호의를 보였다. 인사동에서는 길을 지나던 한국인 등산객은 행진하는 이주민 참가자와 악수를 하고 지나갔고, 종각을 지날 때에는 오토바이를 탄 배달 노동자가 아랍어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주최측은 이스라엘과의 교류·협력을 단절시키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자고 호소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다음주 집회는 여느 때와 같이 토요일 오후 4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