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삼권분립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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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는 삼권분립 이론은 근대 초 서구 절대 왕정의 중앙집권적 권력에 맞서 싸운 부르주아지의 부상과 함께 등장했다. 의회(입법부)는 자본가 계급에 직접적 입법 권한을 부여하고, ‘독립된’ 사법부는 재산권과 부르주아 법의 신성함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 메커니즘은 역으로 민중(노동계급과 농민)에 의해 중앙집권적 국가 기구가 공격받는 것을 막았다. 부르주아지가 지배 계급이 되자 삼권분립 이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관리하고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적 성격을 은폐하는 그럴듯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국가는 사회 위에 군림하는 중립적 기구가 아니라 지배 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고 피지배 계급을 억압하는 도구이다. 반면, 삼권분립론은 국가를 서로 독립된 권력 기관들의 경쟁적 연합으로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견제와 균형’의 외양을 만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흔한 상호갈등에도 불구하고 모든 권력 기관은 결국 동일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구실을 한다. 자본가 계급의 생산수단 지배를 보호하고, 지배 계급에 유리하게 계약을 집행하고, 이런 질서에 대한 위협(대규모 파업과 시위 등)을 억압하는 역할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행정부(정부)는 국가 기구, 경찰, 군대, 외교 정책 등을 직접 관리하며 지배 계급의 이해를 관철한다. 입법부로부터의 ‘분립’은 종종 연막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행정부가 지배 계급의 이해를 따라 신속히 행동하는 동안 입법부는 끝없는 연극적 토론으로 ‘국민’(대중)에게 ‘주권(권력)’이 있다는 환상을 준다.
의회는 국민(대중)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선택지는 항상 지배 계급의 서로 다른 정파들로 제한되며, 대중의 불만은 체제에 도전하지 않는 선거주의적·의회주의적 통로 속으로 흡수, 무력화된다.
‘공정’과 ‘정의’의 미사여구로 포장된 사법부는 사실상 자본주의 법·질서의 수호자이다. 사법 ‘독립’은 자본주의 법의 틀 안에서만 유지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법 자체가 착취적·억압적 사회관계를 성문화한 것이므로 사법부는 결국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노동자가 그의 노동력을 팔 권리 ―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관계다 ― 를 지켜 준다.
소위 ‘견제와 균형’은 급진적 변화를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근본적 사회변혁 운동은 하나의 권력 중심이 아니라 여러 ‘독립적’ 권력 기관을 동시에 제압해야 하는 데다, 각 기관이 대중 운동을 방해하고 지연시킬 능력과 적법성을 갖고 있다. 이 장치들과 그 시스템은 현상을 유지하며 기존 국가 권력을 보호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파리 코뮌과 러시아 소비에트의 역사적 경험은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노동계급은 자신의 새로운, 참으로 민주적인 국가(노동자 국가)로 기존 자본주의 국가를 대체해야 하는데, 이 새로운 국가 형태의 특징은 권력의 ‘분립’이 아니라 ‘통합’이다. 입법 기능과 집행 기능이 단일 기구로 통합되는 것이다. 동일한 선출 대표자들이 법을 제정하고 그 집행까지 직접 책임진다. 이 대표자들은 노동자 평균 임금을 받고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으므로, 별도의 특권적 관료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법부는 ‘신비적’ 독립성을 벗고 새로운 노동자 국가의 일부로 통합돼야 한다. 판사도 선출돼야 하고, 소환될 수 있어야 하며, 자본주의의 추상적 법리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이익에 직접 책임져야 한다.
여전히 국가는 계급 지배 도구임이 공공연히 인정되지만 이번에는 소수 착취 계급이 아니라 압도 다수인 노동자들이 지배한다. 과도적인 이 노동자 국가는 궁극으로 계급이 폐지되고 국가 자체가 서서히 소멸되도록 하는 길을 닦는다.
삼권분립은 사실 커다란 허상이다. 그것은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정치적 민주주의의 절정으로 포장하는 뛰어난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장치다. 외견상 권력을 분산시키면서 실제로는 계급적 기능으로 통일시키는 방식으로 삼권분립은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안정화하고 자본주의 국가의 내부 갈등을 관리하며, 중립적인 민주적 통치라는 신화를 통해 노동계급의 사상적 무장을 해제할 목적으로 고안된 정치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