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총격 사건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공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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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본다이비치 총기 난사 사건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총격범들은 유대교 명절 하누카 행사에 모인 유대인들을 공격해 16명을 살해했다. 이후 총격이 ISIS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당시 유대인 단체뿐 아니라 무슬림 공동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단체 등 수많은 단체들이 본다이비치 총격을 규탄하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의 노동당 정부는 그 사건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탓으로 돌리려는 공세를 펴고 있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가 지난해 ‘유대인 혐오 대응 특사’로 임명한 질리언 시걸은 본다이비치 총격을 지난 8월 시드니에서 30만 명이 모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명시적으로 결부시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후 앨버니지는 시걸이 지난 7월에 제출한 ‘유대인 혐오 대응 계획’을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학술·문화 기관에 지원금을 끊는 조처 등이 포함돼 있다. 앨버니지는 더 엄격한 ‘혐오 표현 규제’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노동당)는 “인티파다를 세계화하라” 등의 구호를 혐오 표현으로 지정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테러리즘으로 지정된” 시위를 제한하는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처도 검토 중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혐오라는 거짓말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으로서 인종학살에 반대하는 많은 유대인들도 동참해 왔다. 그들은 유대인의 이름으로 학살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강조해 왔다.
이슬람주의
한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총격 사건의 여파 속에서 많은 아랍인과 무슬림이 소셜미디어, 일터, 거리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극우 정치인들은 총격 사건을 이주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의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는 “이슬람주의자들의 대규모 유입”이 사태의 원인이라며 “유럽은 너무 늦었고 오스트레일리아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고 오스트레일리아 인종차별주의자들과 극우 정치인들을 거들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시류에 편승해 〈동아일보〉가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을 “ISIS 사상의 모태”로 묘사하는 기사를 냈다.
그러나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ISIS와 엮는 것은, 기독교 해방신학과 백인 우월주의 폭력 집단 KKK단을 한 조류로 취급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독재 정권하에서 핍박받는 개혁주의적인 대중운동이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에 맞서 싸우는 대중적 민족 해방 운동이다.
반면 ISIS는 미국의 중동 개입과 종파 간 분열 지배 정책, 아랍 혁명의 패배(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무너뜨린 군사 쿠데타로 나타났다)로 인해 등장한 운동이다. 무장한 소수 엘리트의 종파적이고 반동적인 운동인 ISIS는 결코 대중적 지지를 누린 적이 없다.
물론, 아랍 혁명의 패배 속에서 ISIS는 절망과 분노의 화살을 돌릴 다른 표적(흔히 다른 종파나 천대받는 사람들)을 제시함으로써 지지자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역학은 서구에서 극심한 인종차별(이슬람혐오)에 대한 분노·좌절과 맞물리기도 했다.
이번 총격 사건도 이스라엘이 자행한 범죄와 서방의 공모 속에서 배양된 것이다. 이스라엘이 학살을 지속하고 서방 정부들이 그것을 계속 지원할수록, 그들에 맞서는 세력을 자처하는 ISIS 같은 반동적 집단으로 누군가가 이끌릴 가능성도 커진다.
본다이비치 총격범들은 범행 전 “시온주의”를 규탄하는 영상들을 찍었다고 한다. 그들은 유대인과 시온주의를 동일시하고 유대인들을 살해한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유대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시온주의 반대를 유대인 혐오와 등치시키는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이야말로 오히려 그 잘못된 ‘상식’을 확산시키는 주범이다.
누가 유대인 혐오를 부추기는가?
한편, 가자 전쟁 이래로 서구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무엇이고 왜 벌어지는지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유대인 회의’(JCA)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제출된 대학 캠퍼스 내 유대인 혐오 사건들을 검토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JCA는 보고된 389건의 사건 중 192건(49.4퍼센트)이 유대인 혐오가 아닌, 팔레스타인 지지나 이스라엘 비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으로 유대인 혐오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79건 중 가장 많은 수(39건)는 유대인 공동체를 이스라엘 국가와 혼동한 것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JCA는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유대인 혐오적이라고 비난하는 자들은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이스라엘의 범죄를 모든 유대인이 지지한다고 암시함으로써 실제로는 유대인 혐오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진짜 유대인 혐오적인 극우가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수십 명의 나치가 뉴사우스웨일스 주의회 앞에서 유대인 혐오 집회를 열었다. 주총리가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동안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열심히 탄압해 온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경향신문〉 등은 본다이비치 총격 사건이 혐오 표현 규제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호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런 규제가 운동을 공격하는 데 이용될 뿐 극우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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