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 집회와 행진:
방한 앞둔 트럼프를 향해 외치다: "다운 다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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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는 ‘휴전’ 중이라지만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발표 이후 가자지구를 100회 넘게 공격해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했다.
이에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멈춤 없이 계속되고 있다.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의 제104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트럼프의 기만적 ‘휴전’과, 그것조차 위반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한 이주 배경 여성 참가자가 직접 만들어 온 팻말 문구는 현재 가자지구 상황을 보여 주는 듯했다.
“휴전?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휴전이란 ‘팔레스타인인들은 멈추고, 이스라엘만 쏘는 것’이다(Ceasefire? What happens in occupied Palestine is that ‘Palestinian cease, Israel fires’).”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이날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내 온 메시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 휴전은 정의가 아닙니다.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드러내는, 일시적 멈춤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 잠깐의 멈춤에 속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가 외면하도록 두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저 ‘휴전’이 아니라 점령 종식입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구호 물품의 통제권을 이스라엘에 주는 것이 평화냐”고 꼬집으면서 “하마스의 비무장을 요구하기 전에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나가야 한다”며 트럼프의 휴전 협정을 비판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무기 전시회(ADEX)를 열고 이스라엘 기업들을 초대한 것을 비판하며 이스라엘과의 경제·군사적 교류를 전면 중단시키기 위해 운동을 더욱 키우자고 호소했다.
고등학생 김도영 씨는 “아펙(APEC) 회의를 위해 전쟁 범죄자이자 학살자인 트럼프가 방한하는 것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려고”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에게 무장 해제를 명령하는 건 이스라엘의 점령을 승인하고 항복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무장 해제를 계속 강요하지 않도록 팔레스타인인들 편에 서 줘야 해요.”
그는 여러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들의 사진과 사연을 담은 팻말을 직접 만들어 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만 명 사망했는데,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지 숫자가 아니라 각자 이야기가 있는 사람임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 팻말을 준비했어요.”
“다운 다운 트럼프!”
이날 팔연사 집회는 10월 29일로 예정된 트럼프 방한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팔연사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가해 온 재한 미국인 레베카 씨는 트럼프가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하지만 “중동에서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트럼프의 목표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입니다. 그는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면서 AI로 제작한 가자지구 구상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 영상에서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깁니다. 영상에 나오는 가자지구 곳곳에 트럼프의 황금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트럼프는 또 다른 전쟁 범죄자 토니 블레어에게도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자리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전쟁과 죽음의 설계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
“트럼프 정부는 현재 이스라엘의 군사 전술을 그대로 가져와서 미국 내 이민자들과 시민들을 탄압하고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가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안전과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단 말입니까?”
레베카 씨가 미국 내 트럼프 반대 운동 소식을 전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주 미국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노 킹스’ 시위에 약 7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는 일일 기준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였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우리는 억압에 맞서서 연대하며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집회를 마친 뒤 행진을 시작하려는데, 예정돼 있던 미국대사관 방향 행진을 경찰이 돌연 불허했다. 이재명 정부가 아펙을 앞두고 트럼프 훈장 수여까지 검토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행진 불허로 참가자들은 투지가 더 올랐다. 종로 거리에서 중앙차선을 사이에 두고 극우 단체 ‘자유대학’의 행진 대열과 마주치자, 팔연사 대열은 성조기를 흔들어 대는 극우 시위대를 누를 듯이 “다운 다운 트럼프”를 외치며 기세 좋게 행진했다.
팔연사 대열은 종로를 지나 인사동거리를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행진하는 동안 곳곳에서 환영받았다.
남녀노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박수를 쳐 주고 손가락 ‘브이’를 흔들며 지지와 연대를 표했다. ‘팔봉이’들은 계속 동이 나는 리플릿을 보충하며 반포하느라 분주히 뛰어다녔다.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집회와 행진이 모두 끝나고도 참가자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기존 참가자들과 새로운 참가자들이 국적·인종·언어를 뛰어넘어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는 팔연사 집회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팔연사는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갈 뿐 아니라 트럼프 방한에 항의해 10월 29일 수요일 정오 미국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공범, 트럼프 방한 규탄한다’ 기자회견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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