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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계속되는 극우의 전진, 좌파의 기회와 과제

칠레 대선에서 압승한 극우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좌파 정부의 배신에서 득을 봤다 ⓒ출처 칠레 공화당

이전 10년 간 우세했던 정치적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5년이 저물고 있다.

여전히 극우가 전진하고 있다. 칠레 대선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압승했다. 낡은 신자유주의적 중도는 계속 약화되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당원 수가 2024년 초 37만 명에서 이제 25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 이제 영국의 최대 정당은 당원이 26만 8,631명인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혼비백산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 극우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개입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극우의 전진이 왜 계속되고 있나? 가장 부유한 자본주의 사회들에서조차 다수 사람들을 도탄에 빠뜨려 신뢰를 잃은 기존 질서에 맞서 급진적 반대 세력을 그들이 자처했기 때문이다.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는 그전 한 세대 동안 세계적으로 추진된 자유 시장 정책의 파산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럽·북아메리카의 주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를 더 강화하고 긴축을 강요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영국개혁당 지도자 나이절 퍼라지 같은 자들은 일관된 경제적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사실 그들 자신이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의 정책으로 득을 봤다. 그러나 그들은 교활한 데마고그들이고, 여러 해 계속된 위기와 긴축으로 자라난 분노를 자양분 삼아 그 분노를 이민자·난민에 돌리는 데에 능숙하다.

그렇다면, 그들을 패퇴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트럼프는 미국의 역대 재선 대통령 중에서 두 번째로 지지율이 낮다. 그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것은 수치스럽게 중도에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했던 리처드 닉슨뿐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이토록 낮은 핵심 이유는 1년 전 그에게 선거 승리를 안겨 준 바로 그 문제, 즉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끊임없이 악화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영국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의 처지는 훨씬 나쁘다. 스타머가 어찌나 취약한지,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는 두어 달 전 내각에서 쫓겨난 안젤라 레이너로 총리가 교체되는 게 재계에 해로운 일인지 따져 보는 기사를 냈다. 위기에 대응해 스타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퍼라지[극우 정당 영국개혁당 대표 — 역자] 의 이민자·난민 공격을 흉내내는 것뿐이다. 스타머는 신자유주의적 중도가 현 상황을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세력임을 한눈에 보여 준다.

그러나 급진적 대안을 향한 물결은 우파 쪽으로뿐 아니라 좌파 쪽으로도 들어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개혁주의적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은 이를 보여 주는 한 사례다. 또 다른 사례는, 영국개혁당과 노동당의 당원 수보다 훨씬 많은 80만여 명이 올여름 ‘당신의 당’에 지지를 표한 것이다.

물론 ‘당신의 당’의 실제 당원 수는 그보다 훨씬 적은 약 5만 5,000명이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제러미 코빈의 우유부단함, 코빈과 술타나의 분쟁, 관료적 출범 과정 때문이다. 하지만 9월 녹색당에서 급진적 지도자 자크 폴란스키가 새로 당대표로 선출된 후 녹색당 당원 수가 13만 6,000명에서 18만 명으로 는 것은 대안 모색 물결이 좌파 쪽으로도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징후다.

관건은 이런 정서로부터 어떻게 대중 행동과 조직을 건설하느냐다. 거기서 성과를 낼수록 진정한 좌파를 더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토론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갈등과 재난으로 요동치는 세계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위대한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를 잘 요약한 바 있다. 루마니아 사회주의자 발레리우 마르쿠는 제1차세계대전 당시 취리히에서 레닌(당시에는 무명의 망명자였다)을 만난 경험을 훗날 회고했다. 레닌은 마르쿠에게 제국주의간 대학살 전쟁이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맞선 혁명적 투쟁으로 전화돼야 하는지를 설명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적당히 급진적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실이 급진적인 만큼 급진적이 되기 위해 항시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마르크스가 규명했듯이,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혁명적인 체제다. 이윤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자기 혁신하고 기존 기구와 관행을 전복한다. 이것이 스타머와 그 유럽연합 동맹자들이 이토록 취약한 이유다.

극우를 퇴치하려면 기존 체제에 맞서며 그 체제를 수호하기를 거부하고 체제의 약점을 찾아내 파고들어야 한다.

번역: 김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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