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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창당 앞둔 ‘당신의 당’:
영국 노동당의 좌파적 대안이 될 것인가?

영국에서 노동당보다 좌파적인 신당이 창당을 준비 중이다. 가칭 ‘당신의 당’은 11월 29~30일 창당 대회를 한다. 〈가디언〉은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노동당 왼쪽에서 만만찮은 정당이 등장할 수 있다”고 썼다.

노동운동 내 상당한 기반이 있는 제러미 코빈(가운데)이 창당의 중심에 있다 ⓒ출처 Jeremy Corbyn (SNS)

다른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중도 좌·우 정당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엄청나다. 그 정당들이 수십 년간 제국주의 전쟁을 추진·지원하고 노동자 등 서민의 생활수준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노동당과 보수당을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왼쪽에는 정치적 공백이 있다.

그동안 영국 좌파에서는 노동당의 영향력이 강력해 그 왼쪽에서 별도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10년대에 그리스 시리자, 스페인 포데모스 같은 급진좌파 정당들이 중도 좌파 정당들을 제치고 부상할 때도 영국에서는 노동당 안에서 좌파가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3년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영국에서 특히 강력하게 분출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변화를 만들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수십만 명이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영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2024년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인종학살을 지원하는 주류 양당에 투표하기를 거부했다.

그 결과 노동당 좌파 당대표 출신인 제러미 코빈을 포함해 무소속 의원 5명이 당선됐다. 영국 정치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그전 70년 동안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고작 7명이었다.

새로 집권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계속해서 인종학살을 지원하고, 복지를 삭감하며 대중적 반감을 사자, 올해 7월 코빈 등은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했다.

창당 선언 24시간 만에 20만 명, 총 85만 명이 예비 입당 신청(메일링 리스트 가입)을 할 정도로 좌파적 대안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은 컸다.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제러미 코빈은 노동운동 내 상당한 기반이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2015~2019년 코빈이 이끌던 노동당을 지지했다. 또한 코빈은 상당수 노동조합 지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코빈 측근 중에는 양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 출신이 많다.

이처럼 노동운동에 기반이 있는 코빈이 주도한다는 점은 영국 녹색당과의 큰 차별점이다. 녹색당도 최근 당내 좌파를 대표로 선출하며 좌경화하고 있지만, 전통적 기반은 전문직과 중간계급이다.

한편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하기를, 사회 운동에 뿌리내린 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노동당의 ‘의회주의’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만들려는 것이 혁명적 정당인 것은 아니다.)

혁명적 당에게 선거와 의회는 아래로부터 운동을 건설하고 궁극적으로 국가를 분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개혁주의 정당에서는 (주객전도로) 그 반대다. 선출된 대표가 국가 기구를 인수해서 개혁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당 창당의 주도자들은 분명하게 후자를 말하고 있다.

이 점은 신당의 의사 결정 구조에도 반영돼 있다. 대의원을 선거가 아니라 추첨으로 뽑고, 당대회에서는 표결하지 않고 모든 안건이 나중에 전체 온라인 투표로 결정된다. 겉으로는 참여를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집단적 의사 결정을 약화시켜 지도부가 더 통제하기 쉬운 구조다.

신당에서는 당면 과제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긴축과 생계 문제 같은 경제적 쟁점만 강조하자고 하는 반면, 다른 쪽은 이주민·난민과 트랜스젠더 방어 운동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극우와 파시즘에 맞서는 문제와 관련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퍼라지나, 토미 로빈슨 같은 파시스트들은 이주민·난민을 희생양 삼고, 트랜스젠더가 여성을 위협한다고 비방하며 세를 키우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신당은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던 국회의원 1명이 최근 탈당하기도 했다.

9월에 코빈과 또 다른 노동당 출신 국회의원 자라 술타나 사이에 불거진 갈등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둘 다 분명하게 이주민을 환영하고 트랜스젠더를 방어한다. 하지만 신당이 그 쟁점을 얼마나 중시해야 할지를 놓고 코빈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조 지도자들이 특히 이주민·난민 방어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모호함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신당은 수십만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고, 노동당을 왼쪽에서 비판하면서, 아래로부터의 운동 건설을 강조하고, 노동계급 기반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정당이 될 잠재력이 있다.

주류 양당에 환멸을 느끼는 영국인들에게 영국개혁당이 아닌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성공하길 우리도 바란다. 또한 창당 주도자들이 말을 실천으로 옮겨 향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인종차별·극우 반대 운동 등에 지지자들을 적극 동원한다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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