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통제 강화할 기관사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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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토교통부는 철도와 지하철 열차의 기관사 운전실 내부에 감시카메라 설치를 위한 철도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시행령은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개정한다.
이에 맞서 철도노조는 1월 14일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운전·승무 확대간부 항의 집회를 열었다.
국토부는 거의 10년째 감시카메라 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노동자들의 항의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해 왔다. 2024년 12월 철도 파업의 요구 중에도 감시카메라 도입 반대가 있었고, 당시 파업으로 도입이 미뤄진 바 있다.
국토부는 감시카메라 도입이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사고 예방을 위해 우선해야 할 안전 시설, 인력 충원에 대한 투자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철도 사고의 많은 부분이 차량과 시설(선로 전환기, 신호 장치, 레일 등)의 결함이나 부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그동안 코레일 사용자 측은 경비 절감을 위해 차량 정비와 시설 점검 주기를 늘려 왔고, 안전 인력 확충 요구는 외면해 왔다. 2019년 밀양역과 2022년 오봉역, 2025년 청도역 등의 노동자 사망 사고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이 낳은 참사였다. 기관사 노동자들도 인력 부족 때문에 연차와 병가를 쓸 수 없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위해서는 시스템 결함을 개선하고 안전 시설과 인력 확충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운전실 내 감시카메라 설치는 철도 사고 예방을 위한 이런 구조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기관사 개인의 실수를 적발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한대광 철도노조 청량리전동승무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수술실이나 어린이집에 CCTV 설치로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사고의 상황 파악을 위한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운전실에 설치돼 있습니다. (이 장치는 기관사가 취급한 기기 및 차량 상태, 위치, 속도 등을 1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한다.) 블랙박스도 있어서 열차의 전후방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감시카메라를 도입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기관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 측은 안전 투자 확대를 기피하면서 사고의 책임을 기관사 등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려 해 왔는데, 감시카메라 도입은 이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런 책임 전가식 대처는 안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처들, 가령 충분한 휴식과 인력, 노동시간 단축, 안전 장치 마련 등 구조적 해결책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기관사들은 감시·통제가 스트레스를 높여 안전 운행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익숙하던 운전조차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운전실에서 불가피하게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도 크다.
이런 우려는 노동자들의 근무 특성을 고려하면 간단히 제쳐 버릴 문제가 아니다.
기관사들은 불규칙적인 출퇴근과 식사 시간, 심야 운행, 지하 구간 운전, 승객 사고 우려 등으로 높은 집중도가 요구돼 직무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다. 최대 3~4시간 연속 운전을 하면서 모든 업무를 거의 혼자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관사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취약한 직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철도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징계와 과태료 적용 등 처벌에 의존하지 말고, 기관사들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안전 설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난해 말 철도 노동자들은 이재명 정부에 맞서 싸워 성과급 정상화 등의 성과를 따냈다. 그러자 정부는 곧바로 감시카메라 도입으로 기관사들의 기를 꺾고 국토부 관료들의 오랜 염원을 들어주려는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는 사고 예방을 위해 통제와 처벌 위주의 대책이 아니라 투자를 대폭 늘려 안전 시설 확충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감시카메라 도입 철회를 위해 현재 사복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1월 26일부터 선전전을 벌일 계획이고, 1월 28일에 입법예고를 하면 준법투쟁인 안전운행 투쟁을 할 것입니다. 2월 4일에는 전국궤도운전 결의대회 집회가 잡혀 있습니다.”(한대광 철도노조 청량리전동승무지부장)
감시카메라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