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서울 집회:
이재명 정부의 가자 ‘평화 이사회’ 참석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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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 주최 117차 서울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연휴가 끝나고 2주 만에 모인 연대자들은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집회는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의 가자 ‘평화 이사회’에 옵서버를 파견한 지 이틀 후 열렸다. 사회자는 집회를 시작하며 이재명 정부를 매섭게 규탄했다.
“이 기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모조리 박탈하고, 가자지구를 약탈의 대상으로 보는 끔찍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 이사회 회의에 참여하고, 그뿐 아니라 일본이 주도하는 ‘재건 기금 마련 모금’에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인종청소와 식민 지배의 일부가 되려 하는 데에 강력히 항의합시다!” 참가자들도 구호를 외치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화답했다.
대학생 강혜령 씨도 “이재명 정부가 이런 전쟁 범죄 회의에 참가한 것은 식민 지배 기구에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계획들이 성공한다면 제국주의 경쟁과 불안정은 고조될 것입니다. 트럼프에게 금관을 가져다 바치고 제국주의자들의 전쟁 범죄에 협력하는 것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띠뜻한 날씨에 도심에 나온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연설을 듣고 주최 측 모금 부스에 다가가 후원금을 내는 청년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강혜령 씨는 ‘국익’을 위해 한국 정부가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바로 그런 국익 논리를 내세우며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습니다.
“그러나 중동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은 한국의 청년과 노동자들에게 어떤 이익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질서’와 ‘평화’라는 이름으로 지배자들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강혜령 씨는 새 학기를 맞아 대학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더 크게 이어 갈 것이라 밝히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사회자도 연대 지속을 호소하며, 집회 후 한국의 보건의료인들이 주최하는 가자지구 알아우다 보건 및 지역사회협회 의사와의 간담회 ‘가자지구 의료인들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또,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팔연사가 주최하는 2월 28일 팔레스타인 여성 특별 강연회와 3월 7일 집회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지속되는 연대
서안지구 헤브론에 거주하는 기자 셰이마 유세프 씨는 팔연사에 음성 메시지를 보내 “부정의와 학살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유혈 죽음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거룩한 라마단의 달이 시작되는 지금, 가자지구 사람들의 마음에는 슬픔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커다란 이프타르 식탁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기둥 사이에서, 대피소와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기와 깨끗한 물도 부족합니다.
“서안지구에서도 라마단의 달에 들어 점령 수위가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는 점령군이 알아크사 모스크를 습격하고 예배 드리러 가는 이들을 폭행합니다.
“마사페르 야타, 헤브론, 제닌, 나블루스, 라말라 등지에서 매일같이 급습, 체포, 즉결 처형, 팔레스타인 가옥 철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유세프 씨의 메시지는 연대자들에게 행진을 계속 조직하고 보이콧과 항의를 강화해 달라고 호소하며 끝났다. 통역을 통해 전해지는 호소에 참가자들은 힘찬 아랍어 구호로 응답했다. “팔라스띤 호라 호라(팔레스타인 만세)!”
영국 런던에서 온 팔연사 활동가 로이드 씨는 영국 노동당 정부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됐던 영국의 단체 ‘팔레스타인 액션’이 법정 투쟁에서 승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시위의 권리를 위한 매우 중요한 승리입니다.
“[‘팔레스타인 액션’ 테러 단체 지정은] 영국 정부가 실제 인종학살보다 인종학살 규탄 행동을 훨씬 더 우려했음을 보여 주는 유감스런 일이었습니다. 이는 팔레스타인 쟁점 전반에 대한 영국 정부와 많은 서방 정부들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세계의 시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 [정부와 기성 언론들이 아니라] 전 세계의 시위 단체들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 흐름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인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계속 투쟁하고, 계속 외치고, 계속 시위하자고 호소합니다.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로이드 씨의 연설을 끝으로 참가자들은 도심 행진에 나섰다.
종로대로를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대열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이목이 모였다. “식민 통치 반대한다! 한국 정부는 참가 말라!” 구호를 외치는 대열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연대의 의미로 주먹을 치켜들며 “화이팅”을 외치는 청년, 인도에서 대열을 종종걸음으로 따라 걸으며 행진을 영상 촬영하는 청소년, 힘차게 구호를 외치는 대열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무슬림 여성도 있었다.
대열은 을지로를 거쳐 명동까지 행진하며, 따뜻한 거리에 나온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자원 활동가들은 행인들 사이사이를 누비며 유인물을 나눠 줬다.
대열은 명동역 앞에서 집회와 행진을 모두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2월 27일(토) 오후 2시 종각역 교원챌린지홀에서 열릴 ‘2026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강연: 재한 팔레스타인 여성의 이야기 ㅡ 점령 하의 삶, 그리고 해방’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