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엡스틴 파일로 함께 침몰하는 앤드루 전 왕자와 노동당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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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명예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로 활동했다.
앤드루 전 왕자에 이어 피터 맨덜슨이 체포되는 등 영국 왕실 스캔들의 파장으로 영국 국가가 침몰하고 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물론 앤드루와 소아성애자 제프리 엡스틴이 연루된 스캔들이다.
초강경 우파 주간지 〈스펙테이터〉는 지난 금요일 “왕실 정치에 관해 탁월한 업적을 쌓은 인물”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놀라운 기사를 실었다.
“‘왕실은 앤드루가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감옥에 가든, 무죄를 선고받든 매듭을 짓기를 바란다. 그래야 사태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다. 왕실이 앤드루에 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앤드루가 공직자로서, 즉 국제 무역 특사를 지내는 동안 비위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앤드루는 무역 특사를 지내는 동안 왕립 해군, 육군, 왕립 공군의 고위직도 지냈다. 사람들은 그가 어떤 기밀을 넘겼을지 수군거리고 있다.’”
한편 키어 스타머[노동당 총리] 정부는 또 다른 스캔들로 진땀을 빼고 있다. 그중 하나는 주류 언론이 레이버투게더가 사용했던 더러운 수법에 대해 마침내 관심을 기울이면서 제기된 것이다.
레이버투게더는 블레어주의* 로비 집단으로, 제러미 코빈이 [당내 좌파이면서] 당대표를 지내던 시절 그를 당대표직에서 끌어내리고 스타머로 교체하기 위한 운동을 벌였다.
이 스캔들의 중심에는 내각부 장관 조시 사이먼스가 있다. 그는 레이버투게더를 이끌던 시절, 레이버투게더의 부도덕한 행각을 파고 들던 두 〈선데이 타임스〉 기자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사이먼스는 두 기자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이 러시아 해커 집단의 도움을 받았다는 거짓 비방을 퍼뜨렸다.
그런 사이먼스를 지금 조사하는 기관이 다름 아닌 내각부다.
이런 내각부를 둘러싸고 또 다른 스캔들이 있는데, 신임 내각부장관 안토니아 로메오에 관한 비위 제보를 노골적으로 억누르려 한 것이다.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내각부의 ‘공직윤리팀’은 로메오에 관한 기밀 보고서를 입수, 파쇄하려고 실제로 금고를 털었다.
〈스펙테이터〉가 “정치권과 왕실 모두에서 진동하는 구린내 때문에 영국 권력층과 그들의 대표 기관들이 모두 썩었다는 인식만 강화될 것”이라고 쓴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앤드루 스캔들과 노동당 스캔들을 잇는 고리가 피터 맨덜슨과 엡스틴의 관계라는 것이다.
1990년대에 맨덜슨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과 함께 노동당을 신노동당으로 변모시키는 것을 주도했다. 그 변화는 사회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에 굴복하는 것을 뜻했다.
맨덜슨은 모건 맥스위니(레이버투게더 창립자이자 몇 주 전까지 스타머의 비서실장을 지냈다)와의 가까운 관계를 통해, 코빈에 맞선 블레어주의자들의 반격을 주도하는 위치에 섰다.
맨덜슨은 2024년 총선 때 공천에 개입할 기회를 누렸다. 사이먼스 같은 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던 것은 맨덜슨과 맥스위니 덕분이다. 로메오와 마찬가지로 맨덜슨도 정부 각료들이 사악한 거대 감시 기업 팔란티어에 갈수록 의존하도록 부추겼다.
맨덜슨은 큰 돈을 벌 기회를 찾기 위해 엡스틴과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앤드루를 유용한 수단으로 보고 추파를 던진 듯하다. 2001년 맨덜슨은 앤드루가 영국의 국제 무역 특사로 임명되는 것을 지지했다.
앤드루의 형 찰스 등은 당시 그 임명에 반대했다. 그 이유를 〈텔레그래프〉는 이렇게 전한다. “앤드루 왕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세계를 여행하며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으로 이미 악명이 높았고, 많은 비판가들은 그를 신뢰할 수 없는 플레이보이로 여겼다.”
앤드루도 맨덜슨과 마찬가지로 엡스틴에게 매우 많은 기밀을 넘겼다. 〈텔레그래프〉가 보도하기를, 그중에는 “금과 우라늄 매장지가 발견된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의 투자 기회에 관한 메모도 있다.”
엡스틴의 제국은 젊은 여성과 아동들을 강간하고 인신매매하는 것을 넘어 점령지 약탈에 손을 뻗을 만큼 넓었다. 〈스펙테이터〉가 “구린내” 운운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
그런데 그 구린내는 소수의 부정직한 개인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체제 전체에서 나는 것이다.
블레어가 트럼프의 기만적 가자 ‘평화이사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광경은 신노동당[노동당 우파]이 여전히 점령과 학살의 전리품을 한몫 챙기려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