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위기의 책임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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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날 파타의 지도자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인 마흐무드 압바스는 하마스가 주도하는 의회와 지난 3월 구성된 ‘공동 내각’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지금 주류 언론들은 팔레스타인에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섰다”고 말한다.
서방, 특히 미국·이스라엘과 주류 언론들은 이러한 사태 전개의 책임이 하마스에게 있다고 말한다. 하마스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태를 추적해 온 많은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이번 조처(파타 산하 단체들의 무장 해제)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와 정부를 전복하려는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에 맞선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였다”고 말한다.
지난해 1월 총선에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승리했다.
그러나 서방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규정한 채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모두 중단했다. 봉쇄와 제재가 강화됐고, 그 결과 팔레스타인인들은 더 끔찍한 가난과 절망으로 내몰렸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소속 의원과 정치인 무더기 체포·감금, 팔레스타인 지역 공습을 반복했다. 이러한 공습으로 2006년에만 7백여 명이 사망했고, 이 중 절반이 민간인, 1백41명이 어린이였다.
한편, 오랫동안 자치정부를 지배해 온 파타의 일부 지도자들, 특히 압바스와 그 측근들은 하마스 정부를 흔들고 전복하려는 미국·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들의 음모에 적극 협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런 자들에게 수천만 달러의 자금과 무기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선출된 정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무장 세력들, 특히 파타당 치안 책임자 무함마드 달란이 이끄는 “선제 보안군”과 압바스 대통령 직속 부대인 “대통령 경호부대”도 포함됐다.
최근 폭로된 두 가지 사실은 이들의 하마스 전복 음모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 잘 보여 준다. 지난 6월 7일 이스라엘의 일간지 〈하아레츠〉는 “가자지구의 파타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에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무기와 탄약 수송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신문에 따르면, 파타는 이스라엘에 “무장 차량, 수백 개의 장갑 관통 RPG로켓포, 수천 발의 수류탄, 수백만 발의 소총 탄약”을 요청했다. 파타는 이 모두가 하마스를 상대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극단주의”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파괴하려 한다는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총선 승리 직후부터 하마스는 오히려 실용주의적으로 처신했고, 기존 정치 구조에 통합될 뜻을 가지고 있었다. 하마스는 1년이 넘도록 이스라엘과 일방적 휴전을 지속했고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을 중단했다.
최근 〈가디언〉에 폭로된 비밀 보고서 ─ 올해 5월에 작성됐다 ─ 에서 알바로 데 소토 전 유엔 중동 특별조정관은 지난해 1월 총선 직후 “거국 내각”을 구성하자는 하마스의 제안을 압바스가 거절했고, 이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폭로했다. 데 소토는 파타와 압바스의 측근들이 미국·이스라엘·유럽연합(EU)의 원조 중단과 봉쇄를 적극적으로 교사·방조한 증거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데 소토는 이들이 “하마스가 이끄는 정부의 조속한 붕괴를 위한 … 음모”를 꾸미기 위해 미국과 결탁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유엔이 구성한 ‘콰르텟’(미·영·러·EU)은 “미국 친구들의 모임일 뿐”이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달란이 이끄는 무장 세력들이 두 차례나 쿠데타를 기도했음에도 하마스는 올해 3월 ‘메카 합의’를 통해 파타와 “통합 정부”를 구성하려 애썼다. 그러나 달란과 압바스의 측근들은 합의 사항 이행을 거부한 채 무기 비축을 계속했고 자신들의 민병대를 정부 ─ 중립적 인사가 이끄는 내무부 ─ 의 통제 아래 두길 거부했다. 그리고 서방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이 모든 양보와 타협에도 불구하고 “통합 정부”를 외면한 채 봉쇄와 제재를 계속했다.
다국적군
하마스의 파타 무장해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조치였다. 그것은 또한 1년 6개월 동안 지속된 서방과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 파타와 압바스의 내부 분열 책동에도 불구하고 저항이 여전히 만만찮은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놀라우리만큼 신속히 파타 산하 무장 세력들 ─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막대한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아 온 ─ 을 몰아내거나 무장해제했고, 다양한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의 연합인 ‘인민저항동맹’은 하마스와 같은 편에 섰다. 거리에서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파타의 패퇴를 환영했다.
이것은 미국과 이스라엘 지배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반동 세력이 허무하게 쫓겨나 도망치는 꼴을 지켜봐야 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등 미국과 서방의 많은 주류 언론들은 이를 두고 “미국 중동 정책의 실패”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러한 실패와 수모를 만회하려 한다. 지금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진입했고, 일부 언론은 이스라엘의 신임 국방장관 에후드 바라크가 몇 주 안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직접적 군사 개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해 여름에도 이스라엘은 3개월 동안 가자지구를 공습했지만 하마스를 제압하지 못했다.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를 제압하지 못했다.
파타가 통제하고 있다는 요르단강 서안지방에도 하마스는 만만찮은 기반과 세력을 가지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해 총선에서 가자지구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지방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만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시작한다면 가자지구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지방에서도 저항이 있을 것이고 이것은 가뜩이나 인기 없는 압바스를 더욱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과 이스라엘의 대응은 한편으로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방을 분리해, “하마스 없는 자치정부”가 통제하는 ─ 사실상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 서안지방에 지원을 집중하고 가자지구에 대해서는 봉쇄와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서방은 레바논에서 그랬듯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부의 친제국주의 세력(압바스와 파타 내의 부패한 세력)들이 수행하지 못한 과제를 유엔을 통해 이루려 할 수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다국적군 투입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두 대안도 나름의 딜레마는 있다. 사실상 요르단강 서안지방에만 제재를 해제해 가자지구(와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도리어 팔레스타인 대중의 환멸과 반발만 키울 수 있다. 명색이 팔레스타인 대통령이라는 자가 가자지구를 버려둔 채 서안지방을 위해서만 돈을 쓰겠다는 것은 가자지구든 서안지방에서든 팔레스타인 분열 시도에 반대하는 대중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다른 한편, 〈뉴욕타임스〉가 꼬집었듯이 다국적군 파견은 “마땅히 군대를 보낼 만한 국가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이 패배를 겪고 있으므로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서방 열강도 군사적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현 상황을 해결할 이렇다 할 묘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에 대한 위협과 압박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국제 반전 운동이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편에 굳건히 서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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