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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해 고동치는 심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정당하다

이명박은 최근 여성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지난 10년 동안 여성들이 지위 향상이나 양성 평등 등의 관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과를 거뒀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이 얘기는 그의 ‘747 공약’만큼이나 대허풍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34퍼센트 적은 임금을 받는다(2006년). 여성은 산업에 따라 남성보다 24~48퍼센트 적은 임금을 받는다.

남녀 임금격차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1996년 39퍼센트에서 고작 5퍼센트 줄었다. 올해 세계노총이 발표한 ‘성별 간 임금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네 번째로 성별 임금격차가 크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세계 평균(15.6퍼센트)의 2배가 넘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이미 1989년에 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에 명문화됐다. 그런데도 왜 이토록 심각한 남녀 임금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가?
그 이유는 우선, 고용주들이 법을 간단히 무시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1980년대에 널리 퍼져 있던 남녀분리호봉제를 고수한다. 전경련 회장 조석래가 그룹 총수인 주식회사 효성의 울산 공장은 아직도 남녀분리호봉제를 실시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는데도 남성 임금의 60퍼센트만을 받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것도 남녀 임금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요인이다. 물론 비정규직 차별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이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비정규직이 되기 쉽다. 5인 미만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까지 합하면 비정규직의 77.7퍼센트가 여성이다.

분리

남녀 임금격차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노동시장의 성별 직종분리 때문이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직종보다 주로 여성이나 주로 남성이 근무하는 직종이 9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보건 ·간호, 초등·학령전 교육, 비서, 섬유봉제, 청소 등 ‘여성 직종’은 대부분 임금이 매우 낮다.

초등학교 교사 같은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여성 노동자가 많은 직종일수록 그 직종의 평균임금은 낮다. 여성 취업자의 64.2퍼센트가 임금 10등급 중 하위 3개 분위에 속하는 일자리에서 일한다(2004년).

성별 분리는 또한 같은 직종 내에서도 여성이 주로 하위직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남녀 임금격차를 낳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여성은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에 부딪히곤 한다. 2007년 여성 관리자 비율은 8.1퍼센트에 불과하다. 1천 명 이상을 고용하는 5백46개 사기업과 정부 부처, 공기업의 여성 임원진 비율은 3.3퍼센트로 더욱 낮다.

많은 봉급을 받는 극소수 여성들조차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하는데, 더 낮은 직위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하다. 여성 노동자의 40퍼센트 이상이 아예 직급이 없다.

사무금융직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입사부터 지속적인 승진 차별을 받는다. 사무금융연맹에 따르면, L손해보험사의 경우 2006년 남성 대리 진급 대상자의 승진율이 74퍼센트인 데 비해 여성은 겨우 10퍼센트였다.

최근 몇 년 새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리직군제도 여성차별 제도다. 분리직군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새로운 대안처럼 선전되지만, 사실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15년 전에 폐지한 여행원제의 부활이다.

제2금융권인 대한생명은 전체 직원 중 절반인 여성을 사무직군, 남성을 일반직군으로 분리하는데, 사무직군은 일반직군에 비해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28년 근무한 여성 노동자의 연간급여가 3천1백57만 원인 데 비해 일반직군 남성 신입사원의 연간급여는 3천2백24만 원이다.

‘교직의 여성화’가 논란되는 학교에서도 대다수 여성은 낮은 지위에 있다. 교장, 교감 같은 관리직 중 여성의 비율은 15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사립학교에서 정규직 여교사의 비율은 현저히 낮고, 기간제교사의 대부분이 여성이다(전교조). 여교사 비율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으로 갈수록 현저히 낮아지는데, 2007년 여교수의 비율은 전체 교수 중 19.3퍼센트에 불과하다.

차별

시장주의자들은 이러한 현실이 여성 차별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별 직종분리는 여성이 특정 직업을 선호한 결과이고, 하위직 집중 현상은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유치원 교사는 여성에게 적합하고 건축 기사는 남성에게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천성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학교와 가정 등에서 ‘바람직한’ 성역할을 습득한 결과다.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여성 차별적 편견일 뿐이다. 고학력 여성조차 같은 학력의 남성보다 낮은 임금과 승진 누락의 차별을 받고, 남성과 동일한 일이나 동일 가치의 노동을 할 때조차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가족지향적’이어서 작업 스케줄이 유연한 직업을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여성이 보통 작업 시간이 ‘유연한’ 일을 선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육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기 때문이지, 여성이 특별히 남성보다 ‘가족지향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여성의 육아 부담은 차별 임금 등 노동시장에서 여성 차별을 낳는 핵심 원인 중 하나다. 항상 고용주들은 일하는 어머니들을 차별한다. 임신한 여성의 채용을 꺼리거나 유급 출산 휴가를 주지 않음으로써 여성의 퇴직을 유도하곤 한다. 괜찮은 보육 시설 부족과 저임금 대비 높은 보육비 부담도 여성의 취업 회피나 퇴사를 부추긴다.

그럼에도 여성이 가정에 머물기를 선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여성의 80퍼센트가 취업을 원한다(《여성의 직업선택과 고용구조》, 한국노동연구원). 출산 때문에 취업률이 급감하는 30대(특히 30~34세) 때조차 50퍼센트 이상의 여성은 계속 일한다(2005년). 40대가 되면 20대 후반의 취업률(66퍼센트)을 거의 회복한다.

그러나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은 여성의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남녀 임금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데, 여기에는 경력 단절뿐 아니라 편견(여성은 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도 함께 작용한다. 20대 여성이 받는 임금은 남성의 90퍼센트가 넘지만, 40대와 50대 여성은 6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2007년).

남녀 임금 불평등은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나라(북유럽을 포함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기업주들과 정부는 여성 차별을 통해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 한다.

오늘날 여성 취업은 갈수록 늘어나지만(여성 노동자는 노동인구의 40퍼센트를 넘어섰다), 노동시장에서 여성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노동운동 내에서도 차별 임금을 없앨 수 없다는 비관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힘든 조건에서도 이러한 현실에 도전하고 있다. 뉴코아·이랜드, KTX 등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고, 사무금융연맹은 분리직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효성 울산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여전히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여성 노동자들의 평등과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구다. 그것은 또한 남녀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뉴코아·이랜드, 효성, 대한생명 노조 등에서 남성 노동자들은 여성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대될 때 차별 임금을 날려버릴 날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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