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금강산 피격 사건: 비극의 책임은 남북 당국 모두에 있다”를 읽으시오.
사태가 터지자 한나라당 대표 박희태는 “정부와 북한 사이에 핫라인이라든지 대화가 되는 통로가 정말 없냐”고 당황했지만, 이명박의 대북 정책은 모든 대화채널이 끊긴 10년 전으로 남북 관계의 시간을 되돌려놓았다.
이명박은 이에 대처할 뚜렷한 대책도 없다. 대통령 취임 직후 이명박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대북 지원과 협상은 없다”고 기고만장했지만, 이번 국회 시정 연설에서는 금강산 피살 사건을 알고서도 남북 대화를 열자고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는 “이번 사건은 남북 화해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며 대북 화해의 전도사처럼 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MB 독트린’의 근본적 수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이명박의 제안을 “가소로운 잔꾀”로 일축했듯이, 이명박은 6·15 선언, 특히 10·4 선언의 이행을 약속하지도 않았고, ‘선핵폐기론’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했다.
이는 이명박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 북미 관계의 진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자면 대북 강경 자세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화해 정책을 펴다간 얼마 남지 않은 보수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게 생겼다.
이 때문에 이명박은 상황의 압력에 떠밀려 임기응변하는 식으로 대처했던 조지 부시의 대북 정책 변화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