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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반대로 해임된 최혜원 교사에게 듣는다: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것”

3월 5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 앞.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사이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그들 뒤편 배너에는 “일제고사 폐지하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파면·해임된 송용운 교사와 설은주 교사였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따뜻한 캔커피를 하나씩 건내고 들어간 교육청 앞 커피숍에는 또 다른 낯익은 얼굴이 앉아 있다. 같은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난 최혜원 교사다.

정부는 전날 밤 경찰력을 동원해 교육청 앞 농성장을 철거했지만 이들은 릴레이 1인 시위로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부가 정말 이럴 줄 몰랐을까요?”

최근 전북 임실군의 일제고사 성적 조작 사건에 대해 묻자 최혜원 교사가 대뜸 반문한다.

“일제고사는 결국 서열화거든요. 한 마디로 승자독식 게임, 경쟁 게임이 시작된 거죠.

“정부는 교사 탓, 채점 탓 하지만 일제고사는 근본에서 ‘경쟁’을 안에 품고 있는 시스템이에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른바 ‘임실 사태’는 너무나 뻔히 예견된 일이었어요.”

최혜원 교사는 계속해서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경쟁이 주는 열패감

“정부는 ‘지역간·학교간 경쟁을 통해 학력을 상향평준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정부 정책은 평균 아래 아이들을 버리고 가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학교 현장에 와 보면 아시겠지만, 경쟁이 중간 이하 아이들에게 주는 열패감이라는 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사실 학습 부진 또는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한 가지 현상 안에도 아이들의 개인차가 엄청나게 커요. 근데 정부는 일제고사 하나로 줄 세워서 기초학력 미달로 낙인찍고 그래서 지원하겠다고 하죠. 이런 정책은 아이 개개인의 복합적인 부진 요인을 밝혀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의 말을 들으니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에 대한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많이들 2008년 10월 일제고사가 처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3월에 시범으로 실시한 진단평가가 처음이었어요. 원래 3월은 아이들과 처음 만나 눈을 맞추고, 관계를 형성하고, 1년을 계획하는 시기인데, 이 진단평가 때문에 교사들은 3월 내내 시험 채점하고, 일제고사 준비시키고, 문제집 보고 … 교사들이 이런 데 불만이 많아요. 더구나 인사에 연계된다는 불안감도 있죠.

“게다가 이번에 일제고사 관련 부정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교장이 현장 교사들을 닦달하는 거예요. 채점을 똑바로 못했다느니 심지어는 해직교사한테 전화해서 시험지 어디 있느냐고 물어요.”

일제고사 성적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예정했던 일제고사를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일선 시·도 교육청은 3월 31일 일제고사를 강행할 의지를 밝혔다.

“전형적인 물타기고 시간끌기죠. 여론이 막 들끓고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공분이 크니까요. 처음에 정부는 일제고사를 반대한 건 전교조의 일부 ‘빨갱이’ 교사들뿐이라고 폄하했는데, 지금 보세요. 시민사회단체 대부분이 함께하고 있고, 청소년 단체, 학부모 단체들도 함께하고 있어요. 교육학자들 상당수가 성명을 내서 일제고사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일제고사 거부로 해직된 교사를 지지하는 학생

최상위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반발이 이렇게 큰데도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를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제고사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물어봤다.

“이명박 정부는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교육정책 전반을 하나하나 바꾸고 있어요. 예를 들어 보죠. 이명박이 자기 손자를 귀족교육시키려고 사립 초등학교에 보냈어요. 근데 중학교에 보내려니까 평준화가 돼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국제중을 만들었어요. 이제 고등학교에 보내려니까 또 평준화가 있네. 그래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쭉 배치한 것이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학생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 즉 고교선택제를 만들어 놨죠.

“근데 문제는 교사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거죠. 그래서 나온 게 성과급 제도예요. 이걸 일제고사, 교원평가와 연계해서 A등급 나온 교사는 돈 많이 주고, C등급 나온 교사는 돈 안 주고 자른다고 위협하고.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어떻게 할까요? 우선 매일 아침마다 문제풀이 연습을 시키고 쪽지시험을 볼 거예요. 또 틀린 갯수대로 체벌하겠죠. 일제고사 전날에는 애들한테 잘 봐야 한다고 스트레스 주고, 사교육도 하라고 부추길 거예요. 운동부 애들한테는 다음날 학교 오지 말라고 하겠죠.”

최혜원 교사의 생생한 묘사를 듣고 있으니 정말 몸서리가 쳐졌다. 자기 자식은 최상위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하고, 노동자·서민의 자식들은 정글로 내던져 버리는 비정한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지금의 입시교육 체제는 결코 아이들에게 진정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없어요. 애들이 죽기살기로 공부해 봐야 공부에 정만 떨어지고, 그렇게 시험 봐서 대학 가도 등록금 없어서 피 팔고, 대학에서 토익 공부하다 취업 안 돼 졸업 유예하고 … 이런 현실이란 말이에요.

“공교육 판을 뒤집는 고민들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봐요. 당장 일제고사 문제부터 그래야 해요. 학부모·교사·학생 들이 함께 불복종 선언에 나서야 해요. 이렇게 불복종할 의지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나설 수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이런 잘못된 교육의 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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