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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경감 대책인가, ‘사교육업체 지원 대책’인가

이명박 정부가 정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중도실용’과 ‘친 서민’을 표방하면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의 핵심 측근이자 실세인 정두언·곽승준은 조속한 정책 추진을 강조하며 7월 중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거론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은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한나라당이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던 것들이다. 게다가 사교육을 줄이는 데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해 모두 폐기됐던 것들이다.

이명박의 대책은 이 학생들을 입시 지옥에서 구하긴커녕 더 밀어넣을 것이다. ⓒ사진 임수현

정두언·곽승준이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은 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외고 입시는 영어·국어 내신만, 과학고 입시는 수학·과학 내신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또, 대학입시에서는 현재 9등급 상대평가인 내신을 5등급 절대평가로 바꾸자고 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국·영·수 부담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정두언·곽승준은 특목고 입시에서 내신을 줄이는 대신 영어 구술 시험과 심층 면접 비중을 늘리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조기 유학이나 입시 학원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도 2004년까지 실시된 바 있는데 당시 절대평가제 하에서 내신보다 비중이 높았던 수능·논술 사교육으로 학생들이 몰리면서 사교육은 전혀 줄지 않았다. 결국 내신은 다시 상대평가제로 바뀌었고, 학생들은 친구에게 노트도 빌려주지 못하는 삭막한 교실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정두언·곽승준은 절대평가제로 다시 돌아가자면서 그것이 낳을 ‘내신 부풀리기’의 대안으로 전국적인 일제고사를 제시한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앙상하게 남아 있던 고교평준화는 완전히 허물어지고, 고교등급제가 공공연히 시행된다. 명문고·특목고에 가기 위한 경쟁, 더 좋은 일제고사 성적을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는 비중이 커질 수능·논술·본고사에 대한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다.

학원 시간을 밤 9시나 10시로 규제하는 것도 입시 경쟁이 계속되는 한 고액 과외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후 메가스터디 등 대형 사교육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대형 사교육업체들의 매출은 경제 위기 상황임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폭 증가해 왔다.

메가스터디 주가 상승

이명박 정부가 대학입시 자율화란 명목으로 사실상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허용하고, 국제중, 자율형 사립고 등을 대폭 늘려 중등학교 평준화를 무너뜨리고 입시 경쟁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이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대해, 미흡하지만 “환영”한다고 밝힌 것은 아쉬운 일이다.

청소년들이 입시 경쟁 강화에 맞서 “내신 강화도 수능도 본고사도 대안이 아니다” 하고 외쳤듯이 대학 서열 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 대학 서열 체제 아래서는 공교육 강화도 해법이 될 수 없다. 돈과 시간이 있는 학생은 사교육을 통해 1점이라도 점수를 높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을 비인간적 입시 경쟁에서 구출할 유일한 방안은 대학을 평준화하고 수능시험을 졸업자격고사로 바꿔, 고등학교를 졸업한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도록 하는 방법뿐이다.

대안은 단순하며, 중·고교평준화를 실행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실행하는 방법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 지배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이런 방안을 추진하려면 강력한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운동은 이명박의 경쟁 강화 교육 정책에 맞서는 저항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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