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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정규직ㆍ비정규직의 ‘연대의식’을 형성할 것인가

사회연대전략의 기본 취지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지지를 받으려면 그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복지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옳은 지적이다. 실질적 복지 확대는 전체 노동자 계급에게 두루 이익이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물질적·정서적 분절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재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정부와 기업주들의 손아귀에서 가져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 민주노동당 일각에서 제기한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의 양보로 일부 재원을 마련하면 기업주들과 정부에 나머지 재원을 마련하라고 할 명분과 압력이 생긴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를 통해 진정성을 보인 민주노총을 믿고 기업주와 정부를 상대로 함께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연대 속에서 ‘공통의 경험’을 통해 ‘연대의식’이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시나리오는 실현될 수 없다. 우리뿐 아니라 정부도 나름의 시나리오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간질시켜 각개격파하기’다.

양보할 생각 없는 이명박과 기업주

노동자들 사이의,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절이 깊어지는 것이 단지 그들의 경제적 조건 즉, 소득 수준이나 노동조건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모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비정규직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정규직 책임론을 유포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반목하도록 조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유포한 ‘상식’이 노동자들 대부분의 의식에 많건 적건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관되게 이런 ‘분열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손쉽게 회피하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임성규 위원장처럼 정규직 양보론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 확대를 위해 정규직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혼란을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혼란은 오히려 ‘분열 이데올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하고, 노동자들의 투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2007년 일부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전제로 한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했을 때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정작 자신들은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는 이명박 정부와 기업주들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책임론에 정면으로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단결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일부 정규직과 노조 지도자가 비정규직 문제를 남 일 대하듯 하는 현실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정규직 양보를 요구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