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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교원평가제는 경쟁 교육을 강화할 뿐
정부와는 다른 진보적ㆍ민주적 교원 평가 방안 필요

교총이 교원평가제를 조건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그동안 시행이 지연되던 교원평가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9월 2일에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교원평가 방안)을 발표하고, 조만간 공청회를 거쳐 법제화한 후 내년부터는 교원평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안은 모든 교사가 수업을 매학기 2회 이상씩 교장·학부모·동료 교사 등에게 공개해 평가받도록 하고, 결과가 우수한 교사는 안식년을 주거나 연구강사·입학사정관으로 활용하고 미흡한 교사는 6개월간 연수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학교별로 지급해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안을 발표하자 보수 언론들은 교원평가제를 적극 수용하지 않는 전교조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는 한편, 평가 결과를 단순히 상벌이나 성과급과 연계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인사에 반영해 학교 간, 교사 간 경쟁을 더욱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조만간 근무평정제와 교원평가제를 통합해 그런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의 교원평가제 요구는 ‘공교육 정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들은 교육 재정을 대폭 늘려 OECD 평균보다도 훨씬 많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교사의 과중한 잡무를 줄이라는 진보진영의 요구를 수십 년간 무시해 왔다.

성업 중인 대치동 학원가 정부의 교원평가제는 학생들의 입시경쟁도 더욱 격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일제고사 실시, 학교 선택제, 자립형사립학교 도입 등으로 평준화를 완전히 해체해, 학생들을 더욱더 점수 따기 경쟁에 내몰고 교육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원평가제 방안이 도입된다면 일제고사 성적이나 학교 선택의 결과가 교원평가에 반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교사·학교 사이에서 학생들의 점수 높이기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교사들도 구조조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 학교평가가 결합된 미국·영국에서 성적이 나쁜 학생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종용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일제고사를 본 한국에서도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학교 운영과 교사 평가에 참여할 수 있어야

물론 학생이 교사들의 수업 방식과 학생 지도 방식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학교 운영 등에 반영하는 것은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에는 이런 민주적 내용이 전혀 없다. 학생·학부모는 교사를 직접 평가할 수 없고 대신 만족도 조사를 해 그 의견을 교장이 반영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학교 민주화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교원평가제에 반대해야 한다.

전교조는 얼마 전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원평가제 강행에 맞서 대안적인 교원평가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의 공세에 맞서 좀더 일찍부터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비판하는 활동을 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지금이라도 진보적인 교사 평가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 방안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교사를 평가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진보적인 교사 평가 방안에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참교육 정신’을 실현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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