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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는 이명박의 대북 정책

이명박 정권 내내 경색된 남북관계가 최근 조금씩 유화 국면으로 변하는 듯하다.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 이산가족 상봉, 댐 방류 피해 사과,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 등의 변화가 있었다. 심지어 북한이 남한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북미 간 대화 국면이 도래한 것과 관련돼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 구상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남북 관계 개선은 없다는 방침을 천명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제재 국면에서 (아직 제재가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북미 간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가 풀릴 여지가 생겼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북미 유화 국면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해질까 봐 여러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가령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그랜드 바겐’ 구상은 단계적 접근에 반대하는 것이다. 핵을 완전히 폐기할 때만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제재를 병행한 탓에 비핵화의 1단계에서 2단계로도 제대로 넘어가보지 못했는데, 북한더러 아무런 보상 없이 곧바로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를 이행하라고 하면 과연 협상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두말할 나위 없고, 미국조차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 냉담하다.

이런 이견들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을 막을 처지는 못 된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북미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는 계속 경색된 채로 놔둬야 하느냐는 압력을 받고 있다. 상반기에 미디어 악법 반대 투쟁, 쌍용차 파업 등 저항에 부딪혀 정치 위기에 시달린 이명박 정부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 관계에서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있다.

북한 당국도 북미 유화 국면 도래와 식량난 등 때문에 남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북한 식량난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 등을 의제로 남북 실무 접촉이 있기도 했다.

이렇듯 남북 간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남북한 당국은 남북한 민중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는 면피 수준으로만 임하고 있다. 가령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매년 40만 톤 대북 쌀 지원 계획을 중단했다. 농민들이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남북 실무 협상에서 이명박 정부는 면피 수준으로 고작 2만~3만 톤 지원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것을 보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1백80만 톤으로 자그마치 8백7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 불교계 대북 지원단체 정토회의 법륜 스님은 북한의 배급 서열 때문에 보통의 주민들에게 식량이 전달되려면, 향후 3~5년 동안 매년 쌀을 1백만 톤 이상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농민들이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라고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

2백25년

이산가족 문제도 심각하다. 추석 직전 이산가족 상봉과 11월 추가 상봉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해 준 듯 생색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류도 없다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 정책 때문에, 임기 내내 고작 한 번밖에 상봉하지 못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산가족을 빼고도, 2005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이산가족은 71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2만 명이 채 못 되는 사람만 가족과 상봉했다. 남북한 당국이 온갖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지난한 협상 공방을 벌이는 동안, 벌써 3만 5천여 명이 고령으로 목숨을 잃었다. 2007년 10·4 선언에 따라 매년 네 번씩 상봉하더라도, 남은 상봉 신청자 9만여 명이 가족을 만나는 데는 2백25년이나 걸린다.

최근 남북 실무 접촉에서 남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은 11월 이산가족 상봉을 거절했다.

이처럼 남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용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진보진영은 남북한 당국과 독립적으로 이산가족의 자유왕래를 요구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남북 유화 국면이 조성한 기회를 활용해 남북한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권리 신장과 단결을 위한 독립적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특히 좌파 민족주의 경향은 북한 당국이 남한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 삼는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누그러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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