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전력 ― 권력자들의 최후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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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MB재판소”가 되는 굴욕을 자처한 것은 ― 10월 28일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선고 공판 결과에서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 사법부의 본질이 부유층·권력자들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정치색이 분명히 드러나곤 한다.
사실 헌법재판소가 진보적인 결정을 내린 때는 대중의 불만을 수용해야만 하는 거대한 압력을 받았을 때였다. 물론 그조차 불완전하게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1996년 ‘5·18 특별법’을 합헌으로 판결한 것은 법률적으로는 “위헌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전두환·노태우를 구속해 처벌하라는 대중의 거대한 반감과 운동의 요구를 “절묘하게 수용”한 것이었다. 또, 2004년에 노무현 탄핵을 기각한 것도 탄핵 반대 운동이 거대하게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지배자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에는 언제나 발벗고 나섰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순수하게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위헌”이라고 말하면서도 “남북 대치상황 등 국가적 현실을 고려”해 합헌 판결(1990년)을 내린 바 있다.
또, 1990년대 초반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토지공개념 관련 3법 그리고 얼마 전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사유재산 보호라는 명분으로 위헌 판결을 밀어붙인 반면, 국제중학교 설립, 교사의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 금지, 사립교사 노조 금지 등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때로는 보수층의 필요에 따라 헌법을 멋대로 재해석하기도 했는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관습헌법” 운운한 것이 그것이다.
이런 헌재의 전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헌재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관·재계의 지배자들과 수백만 가닥의 끈으로 연결돼 있는 헌법재판소·사법부는 민주적 권리와 대중의 삶을 지키는 구실을 할 수 없다.
오직 대중의 아래로부터 운동과 압력만이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