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민들레 분회 이민자 분회장 인터뷰:
“투쟁의 불씨가 어느새 꽃을 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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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에서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투쟁에 나섰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민주노조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이미 서울대병원에서는 간병인분회,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성원개발분회 노동자들이 정규직의 연대와 투쟁으로 승리한 바 있다.
그간 이들의 투쟁을 지켜보던 환경미화ㆍ식당 노동자들이 스스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울대병원과 용역업체 모두 교섭과 책임을 회피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들은 병원에서 홍보전과 집회를 열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민들레 분회 이민자 분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어떻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셨습니까?
우리는 열악한 처지에 있었지만 어디 가서 호소할 곳이 없었죠. 오전 6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했고 응급실에서는 12시간씩 일하고 휴무도 없어서, 쉬면서 일하고 싶었어요. 자식이 결혼해도 휴무를 주지 않았어요!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집에 가야 한다고 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으면 어쩔거냐”고 되묻는 것이 현실이었죠.
그렇게 일해도 받는 돈이 1백만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년을 일한 사람도 똑같이 받았죠. 그리고 매년 고용계약을 연장하는데 20년을 일해도 1년만 계약 연장이죠. 하청노동자들은 이번에 신종플루 예방접종도 안 시켜줘요.
내가 진짜 억울했던 것은 감독들이 비용 줄인다고 청소용품을 줄인 거예요. 병원 먼지를 우리가 다 먹으며 일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기름걸레를 다섯 개에서 두 개로 줄였죠. 해도 해도 너무한다,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노조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고, 동료들도 ‘우리도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한 명이 주변의 한 명을 조직하고, 그 사람이 또 한 명을 조직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성원분회에 있는 노동자들이 나에게 작은 불씨를 준 것이죠. 다른 사람에게 불씨만 전해 줘야지 했는데 어느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정규직지부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우리만 가지고는 절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많이 의지를 해요. 노동자들은 뭉쳐야 삽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그렇죠. 정규직도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아들도 인턴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민주노총이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을 많이 조직해서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는 뭉치는 게 힘입니다.
정부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악을 추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민들의 삶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하는 것이죠. 성원개발 노동자들은 그래도 기술직인데 1백만 원 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듣고 이게 용역의 삶이구나 했죠. 비정규직법 개악은 있는 사람들의 정책이고 최저임금법 개악은 서민들 죽으라는 것입니다. 1백2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으로 어떻게 삽니까. 절대 못살아요. 보험은 생각지도 못하죠.
노조를 만들고 투쟁에 나서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집회에 가고, 연대투쟁도 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많이 만났어요. 만나면서 ‘우리 일이구나,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해졌어요. 예전에는 감독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규칙에만 있었던 휴가, 연차도 이제는 줍니다. 교섭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노동조합이 생기니 저들도 눈치를 봐요. 그래서 조합원들은 파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찬성률이 84퍼센트나 나왔구요. ‘TV에서만 본 것 우리도 해 보자’고 합니다! 사측이 교섭도 안 나오는데 파업을 해야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찾을 수 있다고 모두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