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환경미화노조의 ‘폐지 전쟁’:
“고려대 당국은 쓰레기도 학교 재산이니까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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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당국은 최근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폐지를 팔아 생계에 보태 온 것조차 가로막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이영숙 분회장을 만나 이번 투쟁의 배경과 의의를 들었다.
“이제부터 폐지를 마음대로 처분하면 고발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요?
공문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폐기물 수거 업체로 달려갔어요. 그쪽 이야기가, 학교 당국이 용역비를 줄이면서 “폐지를 팔아서 인건비를 충당하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곤 ‘쓰레기도 학교 재산이니까 손대지 말라’고 해요. 우리가 항의하니까 두 달 동안은 아무 말 없다가 “1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해서 2만 원을 요구했는데 사측에서 1만 5천 원으로 하자고 해요. 좋다고 했는데, 조금 있다가 다시 1만 3천 원으로 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갑자기 용역업체에서 ‘폐지를 줍지 않겠다’는 각서를 조합원들에게 받고 다니는 거예요. 노조에서 싸인하지 말라고 하고, 바로 투쟁을 시작한 거예요.
△지난 11월 초 환경미화노조 집회 ⓒ사진 김지윤
고대 관계자는 “우리와 무관한 일이다” 하고 말해요. 하지만, 애시당초 폐기물 수거 업체에 인건비 지급을 중단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노조 만들 때도 그랬어요. 고대 본관에 가니까 거기 부장이 막 빽빽거려요. “아줌마 여기 왜 왔냐?”고 “아줌마 여기 직원 아니”라고.
처음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서 우리가 노조를 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 우린 아무것도 몰랐죠. 최저임금이 뭔지도 몰랐어요. 노조 만들고 나서는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제는 마음껏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몰랐을 땐 죽어 살면서 있었는데, 지금은 이게 잘못된 걸 아니까요. 그냥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가 이기면, 성취감도 대단하잖아요. 돈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노조가 있어서 이런 것도 되찾아 온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3일 만에 학생 9천8백42명이나 지지서명에 동참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이번에, 학교가 너무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 같아요. 이게 진짜냐고 물어보는 학생도 있었어요. 지금 학생들이 학생회 선거 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우린 가만히 팻말만 들고 서 있었어요. 나중엔 학생들이 자기들 선거운동은 안 하고 우리를 돕더라고요.
내일(18일)은 자연계랑 인문계 조합원들이 다 모여서 학내 행진을 할 거예요. 일단 우리는 2만 5천 원을 제시했어요. 지금 원래 협상했던 대로 1만 5천 원에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할 거면 그때 하지 뭐하러 지금 하겠어요. 협상이 안 되면 투쟁을 해야지요. 칼을 뽑았으니까.
지난번 독자편지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용역업체 이름은 현대씨앤알이 아니라 성일환경이고, 환경미화원 최경순 씨는 학교에서 12년이 아니라 22년 동안 일해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