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하게 승리한 고려대 환경미화노조의 ‘폐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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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3시, 고려대 본관 앞에 기자회견을 위해 고려대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모였다. 환경미화원들이 폐지를 주워 생계비에 보태 쓰던 것을 용역업체가 막으려 하고, 이 때문에 노조의 첫 총회가 열렸던 게 바로 11월 2일, 22일만에 공공노조 고대분회(이하 고대 환경미화노조)가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환경미화노조는 용역업체가 폐지 수거로 나오는 수익금을 모두 거둬가는 대신, 1인당 2만 5천 원을 받기로 했다. 애초에 투쟁이 벌어지기 전에 노조가 협상안으로 제시했던 것은 2만 원, 용역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1만 3천 원이었다. 22일의 투쟁은 이 가격을 오히려 올려 놓았다. 투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잘 보여 준 것이다.
승리의 원동력은 단호한 투쟁과 연대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2백 여 조합원이 일치단결해 싸운 데 있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투쟁이 시작되자마자 열린 집회 형식의 총회가 거의 전원이 매일같이 참석해 기세를 올렸다. 매일같이 열린 점심 홍보전에도 많은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학내 곳곳에서 받은 서명운동에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결합한 결과 3일 만에 학생·직원 1만 48명의 서명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고대 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서명한 것이다. 18일 점심에는 노동자·학생 공동 홍보전이 열려 약 3백 명이 학교 입구에서 홍보전을 진행한 후 본관으로 행진을 했다.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일치단결해 싸웠기 때문에 학생들의 연대는 급속히 확산됐고, 사회적 여론도 금세 형성됐다. 치졸한 고려대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학생들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높았다. 노동자들은 연대하는 학생들을 보고 힘을 냈고,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복사해서 돌려 보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학생들이 선거 중인데도 후보를 포함해 20여 명이나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도, 연대를 증명하는 표시였다.
이날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영숙 분회장은 “학생들로 인해 승리한 것이 분명”하다며 “학생이 어려울 때 힘이 되고 항상 같이할 것”이라고 학생들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불의를 보고 넘어가지 않는 학생들이 있기에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말할 때는 많은 학생들이 감동받았다.
기자회견 후 서명은 고려대 당국에 전달했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고려대 당국도, 이런 상황에서는 서명을 안 받을 수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열린 조합원 총회에는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미화노동자의 싸움에 함께하는 학생대책위원회, 전 출교생들 등 다양한 연대단위가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노조 연세대분회나 동덕여대분회 같은 같은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총회에 직접 참가해 기쁨을 함께 나눈 것은 정말 인상깊었다. 솔바람어린이집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해고당한 보육교사 3명도 참가했다.
전 출교생이고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씨도 연대 발언을 했다. 김지윤 씨는 이번 투쟁이 “학생과 노동자가 함께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투쟁”이며 “어떻게 할 때 승리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 준 것”이고 “연대의 모범”을 보인 투쟁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발뺌한 고려대 당국
남아 있는 쟁점도 있긴 하다. 노조는 “원청인 학교당국이 문제를 해결하라” 하고 요구했지만, 이번 문제를 학교 당국이 직접 해결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문의 제목도 “고려대학교는 10048명 학생들의 외침을 잊지 말라!”였다.
이기수 총장은 16일 〈고대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재계약할 때 미화업체 직원이 섭섭해 하는 부분이 생기지 않게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직접 투쟁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조차도 들을 수 없었을 테지만,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이번 투쟁은 조직적 단결, 성과, 의식의 발전 모든 측면에서 노동자·학생 연대와 투쟁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