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19호 ‘진보대연합 ― 왜 필요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기사에서 필자는 “진보진영이 합의할 수 있는 10~20가지 정도의 강령을 둘러싸고 공동전선적 방식으로 진보대연합을 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다함께는 반전·반신자유주의·반주류정치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맞불〉 42호)했다. 2007년 다함께가 제안했던 선거연합과 지금의 진보대연합이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2007년 [〈맞불〉이 제시한] 선거연합과 비교할 때 이번에 〈레프트21〉은 상대적으로 많은 요구들을 구체적인 ‘강령’으로 제시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기사에서는 “진보진영이 합의할 수” 있는 강령이라고 했지만, 막상 진보대연합의 강령을 합의하려면 단체들의 상이한 입장 차가 표출돼 난항과 진통을 겪으며 진보대연합 구성에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강령을 합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사에서도 강조한 바 있는) “반신자유주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반대, 민주주의 후퇴 반대, 파병 반대”라는 포괄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서너 가지 핵심의제만을 진보대연합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그 기준에 걸맞은 단체들이 진보대연합을 구성한 후, 그 안에서 논의를 통해 선거강령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또, 〈레프트21〉이 미리 누군가가 제안한 강령(반MB공투본의 ‘12대 요구’나 〈레프트21〉과 다함께가 제시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요구들’ 등)을 둘러싸고 진보대연합의 강령을 논의하자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 강령을 통일한다면 진보대연합 소속 단체들이 “독립적인 주장과 비판의 자유를 보장”받기 보다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행동 통일”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강하게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