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한파 등 세계적 기상이변:
지배자들의 무능과 이윤 추구가 기후 재앙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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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 홍수 등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4일 한국에서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내린 1백 년 만의 폭설과 1985년 이후 가장 길게 유지되고 있는 한파 기록도 그 일부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지금까지 폭설과 한파로 1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곳곳에서도 한파와 폭설 때문에 교통과 난방 체계가 마비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전력 수요량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고 난방용 연료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북반구가 추위에 시달리는 동안 남반구에서는 홍수 피해가 이어졌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지난 2주 동안 스물한 명이 홍수에 휩쓸려 숨졌고 호주에서는 폭우가 열흘 넘게 내려 남동부지역을 자연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불과 며칠 만에, 영화 〈투모로우〉나 〈2012〉에서나 볼 수 있던 기후 재앙이 우리 옆으로 바짝 다가온 듯하다. 그런데 이 모든 기상이변이 지구온난화와 관계있을까?
핀볼
물론 지구온난화는 최소한 수십 년 이상의 추세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한두 달 혹은 심지어 몇 년 동안 ‘온난화’와는 다른 기후 현상들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상학자들은 북반구 대부분의 지역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번 한파와 폭설이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른바 ‘북극진동’(AO)으로 알려진 것인데 지난해 12월 북극 지방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1백 년 동안 전 세계 평균기온이 0.7도 남짓 오른 것만으로도 자연재해 빈도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이는 충격적인 변화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때문에 극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한랭한 공기가 응집력을 잃어 남하하면서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우리 나라 쪽으로 강하게 몰려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카네기연구소 지구생태부는 1978년부터 2001년까지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 2008년에 발표한 연구 보고에서 북극지방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는 제트기류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알베도’ 효과인데 지난해 늦가을부터 시베리아 지역에 16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려 예전보다 훨씬 넓은 면적(한반도 면적의 세 갑절 이상)이 몇 달째 하얀 눈으로 뒤덮혀 있다. “눈 덮인 면적이 넓을수록 햇빛을 많이 반사하므로 지표면은 더 차갑게 식게 된다. 이 때문에 시베리아 고기압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해 평년보다 훨씬 세력이 강한 상태이고, 비교적 변질이 안 된 채 우리 나라로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열대 중태평양을 중심으로 정상 수온보다 1.9도 정도 높은 이른바 ‘엘니뇨 모도키’라는 이상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여름에 시원한 맥주컵에 물방울이 맺히듯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남쪽에서 발달한 온난다습한 기류와 만나면서 폭설을 쏟아붓고 있다. 남반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지만 계절상 여름이라 집중 호우가 내렸고 이로 인한 홍수 피해가 벌어졌다.
이런 설명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힘껏 쳐올린 핀볼이 미친듯이 튀어다니듯 지구 전체의 기온이 높아질수록 예측하지 못한 기상이변이 벌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기후변화 협약을 만드는 데 실패한 직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때문에 이번 폭설과 한파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제는 세계 지도자들이 아니라 전 세계적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 세계 활동가들이 4월에 볼리비아에서 열리는 ‘대안 기후 회의’에 모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