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1천3백77명에 대한 해고 계획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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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 사측과 채권단이 노동자들에 게 대량해고와 임금 등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두 달 넘게 평균 7백만 원 정도 임금이 체불된 상태인데, 채권단은 노동조합이 워크아웃 동의서를 제출해야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며 협박하고 있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동의서는 “채권단 요구사항 무조건 수용, 임금과 복지 축소, 생산성 향상, 워크아웃 기간 동안 무쟁의”를 수용해야 하는 ‘항복문서’다. 금호타이어 사측이 교섭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1천3백77 명에 대한 해고(도급화 1천6명 포함), 임금 올해 20퍼센트 삭감과 3년간 동결, 휴일 축소 등을 제시했기에 현재 워크아웃 동의서는 정리해고 동의서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에 노동자들은 어떤 책임도 없다. 보수언론들조차 인정하고 있듯이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금호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합병한 것 때문이다. 이런 무리한 인수합병이 진행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만 해도 금호타이어는 1천5백억 원 이상 흑자를 낸 알짜배기 기업이었다. 무리한 인수합병이 낳은 자금난에 세계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워크아웃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금호타이어 사측은 지난해부터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해 왔다.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에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를 금호산업에서 금호석유화학 으로 변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진은 손해보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다. 경영진은 사재 출연 약속도 지키고 있지 않다. 채권은행과 투자자 들은 쌍용차에서처럼 한 푼이라고 손해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에는 관심조차 없다.
그래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일감이 줄어들며 1천만 원 이상 연봉이 삭감됐고 노동강도는 더 세져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워크아웃 동의서 = 항복문서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는 워크아웃 결정 직후에 “경영 부실의 책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수용할 수 없다”는 올바른 입장을 제시했다. 그런데 사측과 채권단의 협박이 심해지자 워크아웃 동의서 수용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에 부치려고 하는 등 우려스러운 면도 보이고 있다. 다행히 투표 계획은 곧 철회됐다.
어쩌면 지금은 기나긴 싸움의 시작일 수 있다. 따라서 벌써부터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만약 경제가 어려워 정상화 가능성이 안보이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우차 투쟁의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99년 당시 대우차노조 지도부는 현재 금호타이어 노조에게 요구하는 동의서와 별반 다르지 않는 워크아웃 동의서를 제출하고 말았다. 이후 해외매각 반대 투쟁까지 몇 년이 걸린 투쟁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었고 결국 대량해고를 막아내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해 임단협 이후 인원 조정을 통해 노동강도를 높이면서 현장을 장악해 들어왔다. 반면 노조 지도부는 사측의 공세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채 워크아웃 상황을 맞이해서 막막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워크아웃 동의서를 단호히 거부하고 현장조직들과 조합원들을 규합해야 한다.
물론 워크아웃 동의서를 거부했을 때 사측과 채권단은 부도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협박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수용하지 않”기 위해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금속노조와 지역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들에게 연대를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측의 요구와 채권단의 동의서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우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금호타이어 자체적으로는 회생할 수 없다. 대안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금호타이어를 공기업화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정부가 재벌과 부자들에게 준 혜택을 중단하고, 4대강 죽이기에 돈을 쓸 것이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에 그 돈을 사용하라고 제기해야 한다.
금호타이어의 노동자 대량해고 발표는 이미 정리해고를 추 진하고 있는 한진중공업과 함께 올해 산업 투쟁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런 공격에 맞서 전국적인 연대 투쟁 건설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