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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삼성반도체와 백혈병》:
‘삼성공화국’의 추악한 실체를 용기 있게 고발하다

요즘 인기를 끄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삼성의 옛 광고 카피에서 따온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삼성이 일등 기업(권력)이 된 것은 ‘일등 비자금 기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삼성 비자금 관리 부서 임원으로 일한 그의 용기 있는 고발은 생생하기 그지없다.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사회평론, 476쪽, 2만 2천 원

김 변호사는 1997년 삼성의 실세 부서인 그룹 비서실에 입사했다. 이 비서실은 IMF 때 구조조정본부로, 지금은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꿔 왔다. 이 부서는 그룹 안에서 “실”로 불린다.

이 “실”에서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비자금 관리를 담당한 재무팀이 실세다. 삼성의 모든 계열사가 이 “실”의 재무팀 관재파트로 비자금을 만들어 보낸다. 심지어 “부실 규모가 1조 원인 회사”도 “실”의 종용으로 매년 50억 원씩 비자금을 만들어 보낸다.

IMF 때인 1999년 삼성은 자체 감사 결과 “자본 잠식 50조 원”이라는 부도 위기에 몰렸다. “실”(당시 구조조정본부)이 계열사 전체를 분식회계(회계 장부 조작)해서 위기를 넘겼다. 이제 장부상 수지를 맞추려면 어디선가 돈을 줄여야 했다. 그래서 삼성 노동자 6만여 명이 쫓겨났다.

2003년 삼성SDI 노조 설립을 추진한 노동자들을 삼성이 휴대전화로 위치 추적한 사실이 알려졌으나 검찰은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의 인사팀장을 지낸 노인식은 김 변호사에게 불법 도청과 위치 추적 사실을 시인했다.

이처럼 법과 상식을 초월해 “불법적인 행태를 저지른 게 이들에게는 자랑거리였다.”

분식회계

그렇게 만든 돈으로 ‘삼성 장학생’을 관리했다. 삼성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을 두고 2006년부터 “삼성은 무죄다” 하고 공개 발언해 온 서울지법 부장판사 민병훈, 관례를 깨고 2008년 그에게 이 사건을 편법 배당한 서울지법 수석부장판사 허만과 법원장 신영철, 이 재판에서 삼성의 변호인이었던 이용훈. 지금 이들은 모두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으로 승진했다. 한편, 삼성이 줄기차게 지지한 한미FTA 협상을 이끈 김현종은 지난해 삼성전자 법무팀 사장이 됐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노동자 푸대접도 고발한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가전부문 조립라인을 이렇게 회고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예속돼 두 시간에 10분씩 휴식하면서 꼼짝없이 일하는 모습을 봤는데 혹시 배탈이 나더라도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정도였다.”

《삼성반도체와 백혈병》, 박일환·반올림, 삶이 보이는 창, 160쪽, 7천 원

이 모습에서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떠오른다.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이 반도체 공장에서 2007년까지 10년간 백혈병 사망자만 7명이다. 삼성은 산재를 인정하라는 이들을 회유하고 협박하다 끝내 외면했다. 유족들과 투병중인 직원들은 스스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부른다. 노동·시민단체들과 ‘반올림’이란 단체를 만들어 진실을 알리던 이들도 최근 《삼성반도체와 백혈병》을 냈다.

이 책들은 ‘일등기업’ 삼성의 실체와 ‘삼성공화국’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은 특정 기업 이름이기만 한 게 아니다.” ‘삼성공화국’은 ‘기업공화국’의 코드명이다.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봐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 김용철 변호사의 용기가 메아리를 얻는 게 그래서 더 반갑다. 그의 책은 주요 언론들의 광고 거부에도 주요 인터넷서점에서 판매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병철 찬양 책들을 제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