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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코차밤바 세계민중회의 현지 취재:
“기후변화 멈추려면 자본주의에 맞서는 전쟁 벌여야”

4월 19~22일에 열린 볼리비아 코차밤바 세계민중회의를 〈레프트21〉 장호종 기자가 현지 취재했다.

2만 명이 결집한 개막식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가 4월 20일 볼리비아 코차밤바 외곽의 티퀴파야 축구 경기장에서 열렸다. 개막식이 열린 축구 경기장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참가자 2만여 명으로 북적였다.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유엔기후회의가 실패로 끝난 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민중회의를 열자고 호소했고 수많은 환경단체들과 사회운동 단체들, 토착민들이 호응해서 이 회의가 성사됐다.

여러 나라 정부 대표단도 회의에 참가했고 유엔 대표단도 개막식에 참가했지만 그들이 이 회의의 주역은 아니었다. 오히려 개막연설에 나선 유엔 대표단을 향해 사람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칠레에서 온 한 여성은 “그들이 잘난 체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이제 더는 참지 못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런데 그들은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서 이제 와서 우리에게 설교하겠다는 거냐.”

주역

이 여성 활동가 말대로 회의 참가자들의 압도 다수는 라틴아메리카의 청년, 원주민, 학생이었다. 그동안 국제 정치에서는 물론이고 환경운동이나 기후변화 운동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운동의 주역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계 다섯 대륙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들은 크게 환영받았다.

미국 원주민 대표는 연단에서 남반구 원주민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고 대지의 권리를 위해 싸웁시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참가자는 선진국들과 기업들에 맞선 기후정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볼리비아 세계민중회의에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고무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로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민중이 기후변화를 멈추려고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기업들이나 강대국들이 원하지 않는 일이 볼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장 대안을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시장이야말로 우리 삶과 기후를 망친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온 참가자는 기후변화를 멈추려면 신자유주의와 친기업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친기업 정책에 반대합니다. 인도에 사는 사람들 중 90퍼센트는 기후변화에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파괴적인 개발 정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민중은 남미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다른 곳의 민중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할 때입니다.”

선택

대륙별 참가자들의 연설이 끝나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졌다.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선 모랄레스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 선진국 정부들이 보여 준 무책임과 무능을 비판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코펜하겐 회의 실패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게 생겼습니다. 모든 일이 자본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의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자본주의는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여러분, 죽음을 향한 자본주의를 따라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다양한 전쟁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전쟁은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이윤을 위해 여기저기서 벌이는 전쟁과는 다릅니다.”

코차밤바 회의는 22일까지 계속된다. 이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그런 결정이 기후변화를 멈추는 데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코차밤바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코펜하겐 회의 이후 급진화한 기후정의 운동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코펜하겐에서 등장한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구호는 이제 코차밤바 민중회의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듯하다.

이제 기후정의 운동은 10년 전 등장한 반자본주의 운동이 직면했던 똑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할 때가 됐다.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면 어떤 체제인가, 체제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운동총회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건설해야

개막식이 열리기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사회운동총회가 열렸다. 사회운동총회는 국제 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와 남반구초점 등 이전에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이끌던 주요 단체들과 원주민 단체들의 발의로 개최됐다.

비아캄페시나 의장은 나라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광범한 운동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나라별로 위원회를 만들고 농민, 교사, 공무원, 환경단체 등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공통의 의제를 만들고 칸쿤에서, 다른 곳에서 시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위원회를 소집하고자 합니다.

“8월에는 올해 말에 멕시코에서 열릴 유엔기후회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두고 회의를 열 것입니다. 50~60개 나라가 이 회의에 참가할 것입니다.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 기후정의 운동과 멕시코의 지역적 대중운동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영국 ‘기후변화반대운동’ 활동가 조너선 닐은 “칸쿤 시위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동안 NGO들을 비판해 왔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NGO들도 정부들을 비판합니다. 선진국 정부들이 기후변화를 멈추는 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환경운동은 더 많은 사회운동들과 함께 하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원주민과 함께, 비아캄페시나 같은 농민과 함께, 노조와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사회운동총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한편에서는 급진화한 환경운동가들과 자율주의자들이 주류 환경운동과 거리를 둠으로써 급진적 정서를 대변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류 환경운동의 온건 개혁주의적 정치를 대체할 정치적·조직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논의가 더 발전하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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