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학교 폭력의 진짜 원인과 싸우는 선생님들
〈노동자 연대〉 구독
나는 새내기 교사다. 학교에 가기 전에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몇 번을 다짐한다. 하지만 체벌도 벌점도 주지 않는 나의 수업시간은 카오스 그 자체다.
내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한 것은 문제행동을 일삼는 한 남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교사에게는 반항하고, 학급 내에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때로는 지도해 보려고도 해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배구조는 더 단단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라는 책을 봤을 때 ‘그래 이 책에 뭔가 해답이 있을거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저자들이 연구활동으로 얻은 가설과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목소리에서 학교생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학교 폭력이 일부 문제아의 행동이라고 여기거나 성장통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학부모나 교사 들은 그물망처럼 얽힌 폭력의 사슬고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책 후반부에서 이선생은 학교 폭력에 맞서 싸우려 한다. 때로는 불합리한 학교체제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으리만큼 아이들의 갈등관계에 깊숙이 개입한다. 이선생과 비교되는 신임교사는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이선생의 실천과 용기에 매료되게 된다.
이 책을 기획한 김경욱 선생님은 학교폭력은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폭력이 일상적이고 집단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학생들 대다수가 폭력적 구조에 가담하거나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학생과 사건만을 처리하는 학교폭력 예방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와 한 간담회에서 김경욱 선생님은 교사 자신이 학생들의 역학관계를 치열하게 추적하고 학교폭력을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공개적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에게 조언해 주셨다.
이 책은 학생폭력의 주요 원인을 ‘인정욕구’로 설명한다. 소위 ‘센 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해서 따돌림을 면하고 친구들의 인정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정말 공감했다. 하지만 왜 ‘인정욕구’가 발생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쉬웠다. 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경쟁과 차별, 소외와 억압에서 이러한 욕구가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교사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이 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관계를 속속들이 파악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경쟁을 없애고,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재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교사 1인당 학생수도 대폭 줄어야 한다. 물론 김경욱 선생님도 이러한 과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좋은 교사를 꿈꾸는 교사이거나 학교폭력이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