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 문서 폭로 이후:
오바마는 거짓말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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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전쟁 정보가 폭로돼 개인이나 작전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오바마), “위법일 뿐 아니라 우리 군대의 노력을 위태롭게 한다”(민주당 상원의원 존 케리), “도덕적으로 잘못한 일이다”(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 “질겁했다”(합참의장 마이클 멀린).
지난달 기밀문서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 문서를 공개하자 미국 지배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들은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은커녕 문서 유출로 반전 여론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오바마는 문서 유출 직후 토크쇼에 출연해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로 새로울 것이 없고”, “가치 있는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민간인 학살을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일”로 취급하기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진작에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 올해에만 민간인 1천3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8월 들어 미군 전투기가 동부 낭가르 주를 폭격해 민간인 30여 명이 죽었다. 이들 중 일부는 장례식을 덮친 폭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압도 다수 미국인들은 오바마와 생각이 다르다. 미군 사망자 증가와 문서 유출로 오바마의 전쟁 수행 지지율이 급락했다.
추가 공개
위키리크스 측은 이번에 폭로한 9만 건이 넘는 기밀 문서들은 나름으로 걸러진 것이라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문서 1만 5천 건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사이트 폐쇄를 운운하며 ‘공격적’ 수사를 벌이겠다고 협박하고 있고, 우파들은 정보 유출자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공화당 하원의원 마이크 로저스)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출된 문서에는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탈레반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존 케리가 사건의 파장을 의식해 한 말이지만 이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지난 시절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 카스피해의 막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려고 미국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창조해 낸 합작품이 바로 탈레반 아닌가.
그래서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파키스탄으로 전쟁을 확장하고, 파키스탄 정부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해도 탈레반을 제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나토 회원국 중 처음으로 네덜란드가 8월 1일부터 철군을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2006년부터 1천9백 명을 파병해 군인 24명이 목숨을 잃고서도 파병을 연장하려 했다. 결국 반전 여론에 부딪혀 연립정부가 붕괴하자 철군을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와 나토군 사령부는 네덜란드 철군이 전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선한 전쟁’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고 철군 여론에 시달리는 정부들은 압박을 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1년까지 2천8백 명을 철군하겠다고 했지만 조기 철군 여론에 시달리고 있고, 미군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영국에서는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우리는 오바마와 이 전쟁을 지원하는 이명박 정부에 물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당장 중단해야 하는 이유가 더 필요한가. 파병 한국군을 즉각 철군해야 하는 이유가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