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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오랜 수감 끝에 석방돼 6월 26일(현지 시각) 가족이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갔다. 그는 2019년 영국에서 체포돼 런던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는 그를 평생 감옥에 가두려고 한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바람이 좌절된 것이다.

"어산지에 자유를!" 곳곳에서 어산지 구명 운동이 벌어졌다. 2024년 3월 영국 런던 고등법원 앞 집회 ⓒ출처 Guy Smallman

어산지는 위키리크스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잔혹한 범죄와 추악한 비밀을 폭로했다.

그중 하나는 2007년 이라크 주둔 미군 아파치 헬기에서 찍힌 영상이다. 그 영상에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한 광장에서 〈로이터〉 기자 나미르 누르알딘, 운전기사 사이드 스마흐 등 민간인 여러 명이 헬기에서 쏜 총탄에 사살당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이 사건은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수많은 범죄 중 하나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 기간에 셀 수 없이 많은 만행을 저질렀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비밀 문서 중 많은 부분은 당시 미군 일병이었던 첼시 매닝(당시 이름 브래들리 매닝)이 용기 있게 전달한 것이었다.

2009년 정보 분석병으로 이라크에 파견된 매닝은 이듬해 초 자신이 입수한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 거기에는 약 75만 건의 문서가 포함돼 있었다.

이를 통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에 민간인을 학살하고 은폐한 일이 폭로됐다. 이라크 민간인 6만 6000명이 살해됐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어떤 보고서들에는 미군이 체포한 이라크 사람들을 어떻게 잔혹하게 고문하며 신문했는지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미국 등 서방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현지인들의 ‘해방’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 줬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 중에는 한반도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당시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이었는데, 그 이메일에서 클린턴은 북한 ‘위협’을 빌미 삼아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중국을 포위한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보복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부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폭로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가혹하게 보복하려 했다.

매닝은 2010년 미국 정부에 의해 체포돼 고문당하고 2017년까지 수감됐다. 풀려난 후에도 2019년에 1년 더 옥살이를 해야 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증언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2년에 어산지는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이때 어산지는 성범죄 혐의로 스웨덴으로 송환될 위기였다.

그에게 제기된 성범죄 혐의는 진상이 규명돼야 할 일이었으나, 당시에는 스웨덴으로 송환되면 바로 미국으로 끌려가 간첩죄로 기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7년에는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와 정보기관 관리들이 어산지 납치·살해 계획을 논의했다.

이 사실이 2021년에 뒤늦게 폭로되자, 폼페이오는 가증스럽게도 이렇게 말했다. “나와 [미국] 행정부는 … 우리한테서 정보를 빼돌리려는 자에 맞서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결국 2019년에 어산지는 에콰도르 대사관 내로 진입한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영국 정부는 어산지를 벨마시 교도소의 비좁은 감방에 가뒀다. 어산지는 독방에서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어산지는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175년 형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어산지는 자유의 몸이 됐다. 위키리크스 측은 이를 “글로벌 캠페인의 성과”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간첩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사법 거래를 맺었다. 미국 정부는 그를 붙잡지 않는 대신 혐의 인정을 얻어내 체면을 살리려 했다. 이는 다른 내부 폭로자들을 탄압할 무기를 계속 남겨두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산지의 석방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 등 서방의 제국주의적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