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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쟁의대책위원회:
이경훈 지부장의 우파적 압력에 밀려 부끄러운 결정을 내리다

금속노조는 11월 22일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 사측이 “11월 30일까지 불법파견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금속노조는 12월 초 1차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연대 파업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12월 1일 금속노조 쟁의대책위원회(이하 쟁대위)에서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제(12월 1일) 밤 늦게 쟁대위에서 금속노조 지도자들이 내린 결정은 극히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쟁대위는 ‘농성장 침탈 시 전면 총파업, 12월 3일 2차 잔업 거부, 12월 8일 간부 파업’을 결정했다. 그리고 8일까지 성과가 없을 경우 이후에 다시 파업 일정을 결정하기로 했다.

12월 1일 금속노조 쟁의대책위원회의 결정은 부끄러운 결정이다.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절실힌 필요한 것, 대의원대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한 것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연대 파업이었지, 형식적인 간부 파업이 아니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직무 유기’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현대차 울산 1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을 절실히 기다려 왔다.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바라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도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투쟁이 승리하려면 생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연대 파업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금속노조 지도자들은 정말 부끄럽고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금은 생산에 타격도 안 가는 형식적인 간부 파업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연대 파업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지도자들은 쟁대위 회의장에서 “총파업이 비정규직을 살리는 길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파업 결정을 호소한 ‘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 소속 활동가의 절절한 호소도 매몰차게 외면했다.

현대차 사측과 주류 언론, 경찰과 정부까지 나서서 온 힘을 다해 파업을 파괴하려고 달려드는 마당에, ‘간부 파업’ 결정은 정말이지 초라하다.

지금 점거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김밥 한 줄과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일부는 서울까지 상경해 용역 깡패들의 폭력에도 굳건하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의 초인적인 투지와 용기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 쟁대위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실망만을 안긴 것이다. 따라서 금속노조 쟁대위를 이런 방향으로 이끈 주요 지도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쟁대위 결정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대의원대회는 분명히 “12월 초 총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쟁대위는 은근슬쩍 ‘총파업’을 ‘간부 파업’으로 바꿔 버렸다.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된 사항을 쟁대위에서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다.

역겨운

이런 통탄스러운 결과를 낳는데 가장 큰 구실을 한 것은 바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날 쟁대위에서 시종일관 연대 파업에 반대하는 주장을 폈다. 그는 파업에 반대하면서 정부나 사측의 논리와 구분도 안 되는 온갖 역겨운 논리를 늘어놓았다.

“파업을 결의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아작 날 수 있다.

“29일부터 바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현장의 4백 명이 똘똘 뭉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상황은 없어야 하는 것

“[불법파견 정규직화는] 확정된 판결이 아니다.

“감성에 젖지 말고, 규약과 규정을 보고 이야기하자.

“선동꾼은 모두 외부인”

이경훈 지부장의 논리는 정말 듣고 있기 괴롭다. 도대체 투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농성자들의 사기를 꺾고 동지들을 이간질한 장본인이 어찌 감히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4백 명이 뭉쳐 있지 않다”고 말한단 말인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람이 어찌 감히 “규약과 규정”을 들먹인다 말인가.

이경훈 지부장은 연대 단체 활동가를 폭행한 것에 대한 반성도 없이 쟁대위 자리에서도 뻔뻔스럽게 ‘외부 세력’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돌렸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정말 ‘동지는 간 데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쟁대위에서 좌파적 목소리도 있었다.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은 “2차, 3차 총파업 계획까지 논의하자”며 오히려 파업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이 싸움다운 싸움을 해봤나.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자. 현대차와 금속노조가 단호하게 결단하고 가야 연대 대오도 붙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금속노조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또한 지금의 비정규직 투쟁이야말로 금속노조의 유일한 희망이고 돌파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박유기 위원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주요 작업장의 대표자들은 마땅히 이경훈 지부장을 비판하며 김형우 부위원장의 주장을 지지해야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주요 지도자들은 무기력하게 침묵하며 이경훈 지부장을 추수하는 잘못된 태도를 취했다.

특히 금속노조의 좌파 노조 지도자들이 무기력한 태도를 보인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 대표적인 좌파 노조 지도자인 기아차지부 김성락 지부장이 이 중요한 회의에 직접 참가해서 투쟁을 주장하지 않고 부위원장을 대신 보낸 것도 아쉬운 일이다.

좌파 노조 지도자들이 단호하게 투쟁을 지지하면서 나머지 노조 지도자들에게 좌파적 압력을 넣어야 하는데, 거꾸로 이경훈 지부장의 우파적 압력이 나머지 노조 지도자들의 손발까지 묶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쌍용차 투쟁 때 제대로 된 연대를 건설하지 않아서 쌍용차 노동자들을 고립시킨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금속노조가 당신들을 버렸다”는 사측의 역겨운 선무 방송이 쌍용차에 이어서 현대차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뒷걸음치는 노조 지도자들을 투쟁으로 몰아 세우기 위한 현장 활동가들의 구실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