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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핵발전은 어디에도 없다

전기조차 끊겨 버린 금요일의 칠흙 같은 밤이 끝나고 토요일 아침 해가 밝았을 때 사람들은 어쨌든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고 이제 살아남은 이들이 사고 수습에 나서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얼마 뒤 후쿠시마에 있는 제1핵발전소의 1호기가 폭발하는 믿지 못할 사고가 벌어졌다.

발전소는 지진과 거의 동시에 정지했지만 핵분열 연쇄 반응을 이용해 열을 만드는 노심은 금방 식지 않는다. 모든 핵분열 반응이 멈출 때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진으로 전력공급이 중단된 냉각장치는 원자로를 식혀 주지 못했고 오히려 노심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냉각수 일부가 증발해 버려 노심이 공기에 노출됐다. 그리고 공기 중에 노출된 노심의 일부가 곧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노심 용해(Melt down)가 시작된 것이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바닷물을 쏟아부어 원자로를 식히는 모험을 감행했다. 핵발전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이는 핵발전 사고 대책 지침에도 나와 있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했다는 얘기다.

1호기가 폭발하던 날 일본 반핵 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이 연 기자회견에서 한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완전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바닷물을 원자로에 쏟아 부을 경우 발전소 전체를 재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것이다. 게다가 바닷물을 쏟아부을 경우 엄청난 열 때문에 수증기가 발생할 것이고 원자로 내부 압력이 높아져 폭발할 수 있다. 방사성 증기가 대기 중으로 유출된다는 얘기다.

둘째, 바닷물이라도 퍼붓지 않으면 노심이 완전히 녹아내릴 수 있고 그럴 경우에는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에게 노트북 광고로 익숙한 기업인 도시바에서 원전 설계에 참여했다.

일본 정부는 도박을 걸었다. 덕분에 체르노빌 사고처럼 노심을 싸고 있는 금속 캡슐까지 폭발해 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원자로 건물의 외벽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됐다. 안전 기준에 따르면 1년치 허용량에 해당하는 방사능이 매시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 일본 정부의 도박은 성공한 걸까?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외부에서 측정한 방사능 수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호기의 외벽도 폭발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보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3호기는 일반적인 핵 연료인 농축우라늄 대신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섞은 연료(MOX)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들은 제1원자로의 그것에 비해 훨씬 위험하다.

3호기가 폭발하던 날 새벽에는 다른 지역인 도카이 원전에서도 냉각 장치가 고장났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일본 전역에 설치된 55기의 원자로 중에 11기의 핵발전소가 지진과 함께 정지한 상태다. 그러나 점검을 받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원자로는 이 불안정안 지반 위에서 평소처럼 가동되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앞으로 적어도 한 달 동안 대형 지진(여진이라고 불리지만)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3호기가 폭발한 날에도 3미터 높이의 지진 해일이 발생했다.

세계 최고의 내진 설계 능력을 보유한 일본에서의 핵발전소 사고는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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