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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미화 노동자 투쟁:
전면 파업·점거 농성을 확대하자

“그렇게 열심히 학교를 쓸고 닦았는데, 적어도 한 달에 1백만 원 이상은 줘야죠. 그래도 물가가 너무 올라 살기 힘들 거예요. 이를 악 물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화여대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3월 23일 전면 파업과 본관 농성을 시작했다. 대학 당국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 인상 요구(시급 5천1백80원)를 모멸차게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고려대·고려대 병원·연세대 미화 노동자들과 함께 3월 8일 하루 공동 파업을 벌였고, 열흘 넘게 부분 파업과 태업 등을 이어왔다.

3월 23일 전면 파업을 시작한 이화여대 미화·경비 노동자들 노동자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요구를 쟁취할 때까지 전면 파업을 계속하자”고 결의했다.

세 대학 학생들은 이런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연대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등록금은 낮추고 임금은 올려라’ 하고 요구하며 노동자들과 공동 집회를 열고 학교 당국을 압박했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교육 투쟁 6대 요구로 미화 노동자들의 요구를 포함시켰고, 연세대 총학생회 등은 학생 1백50여 명을 동원해 연대 집회를 개최했다. 보건의료노조 고려대병원지부, 대학노조 고려대지부 등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학 당국들은 이런 저항에 직면해 “학교는 당사자가 아니다” 하고 발뺌하기 바쁘다. 연세대 총무과는 노조가 부착한 대자보를 떼어내다가 발각돼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제 손으로 다시 대자보를 붙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당국들은 쉽사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세 대학 측은 모두 ‘시급 4천4백50원 이상은 못 준다’며 버티고 있다.

물론, 최근 개별 용역업체들이 잇따라 노조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용역업체들이 아니라 원청인 대학 당국이다. 그리고 이들은 여전히 시급 4천4백50원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 용역업체 동서기연 측은 ‘우리는 학교 총무처가 시킨 대로 할 뿐’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학 당국들이 이처럼 공동 대응에 나선 것에 관해 공공노조 서경지부(전국공공서비스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간부는 “시급 4천4백50원을 컨트롤 하고 있는 자는 바로 정부다. [정부와 재계도] 우리 투쟁이 ‘대한민국 최저임금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고 말했다.

실제로 미화 노동자 투쟁은 세 대학을 넘어 정부·재계와의 싸움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재계는 이 투쟁의 승리가 물가 상승과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 인상 요구와 맞물려 더 큰 투쟁을 자극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특히 저들은 이번 투쟁의 결과가 4월부터 열리는 ‘2012년 최저임금 협상’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경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0년대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 막대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등 최저임금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임금 인상률도 정부·재계의 관심사다. 만약 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이 5천1백80원으로 오르면, 임금 인상률은 고려대·연세대 26퍼센트, 이화여대 23.3퍼센트가 된다. 미화 노동자들이 두 자리수 이상의 높은 임금 인상률을 따낸다면, 그것이 전반적인 임금 인상 투쟁을 고무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 당국들은 현행 법정 최저임금보다 3퍼센트 높고(경총은 임금 인상률을 3.5퍼센트 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보다 고대·연대 8.3퍼센트, 이화여대 5.95퍼센트 높은 시급 4천4백50원을 고집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력한 투쟁과 광범한 연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대학 당국은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교섭력’에만 의지해선 요구를 쟁취할 수 없는 이유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는 ‘교섭 가능성’에 치중하며 투쟁 수위를 조절하고 임금 인상 요구액을 자꾸 낮추지 말고,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을 확대하며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민주노총도 올해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 임투”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해 온 만큼, 실질적인 연대 건설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해야 승리할 수 있다

드디어 이화여대에서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이 시작됐다. ‘3월 15일부터 세 대학 모두에서 전면 파업을 벌이겠다’던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계획에 비춰 보면, 발동이 늦게 걸린 셈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는 지난 열흘 넘게 부분 파업과 태업으로 투쟁 수위를 낮췄고, 이것은 ‘파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조합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한 일부 학생 활동가들도 더 강력히 싸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공공노조 서경지부 간부들도 “세 대학 모두 자기 대학에서 점거 농성을 하자고 말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이화여대 노동자들이 투쟁 수위를 높인 것은 옳은 선택이다. 그리고 이 투쟁이 더 전진하고 승리하려면 몇 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대학 당국을 넘어선 정부·재계와의 싸움이라는 이 투쟁의 성격에 걸맞게 민주노총·공공노조·진보정당·사회단체 들이 힘을 모아 강력한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국적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투쟁 장소를 학교 밖으로 옮기자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싸움의 상대, 즉 원청인 대학 당국을 비켜가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가 진보진영에 폭넓게 적극적으로 연대를 호소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노동운동 상층 지도부가 연대 조직 책임을 회피할 핑계가 되고 있다.

둘째, 이화여대에서 시작한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을 고려대·연세대로 확대해야 한다.

대학 당국들이 하나로 뭉쳐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쪽에서도 공동 파업·점거 농성으로 단결해야 한다. ‘우리만 임금을 높일 수는 없다. 다른 대학에서 항의 전화가 온다’고 한 이화여대 총무부처장의 말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한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가 ‘공동 교섭·공동 파업’이라는 애초의 원칙에서 벗어나 개별 교섭과 투쟁으로 비켜가면서 투쟁의 힘과 기운이 커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는 세 대학 모두 점거파업을 하자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지부 역량이 안 된다”고 답하고 있지만, 연대를 확대하면 실무 지원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동국대·홍익대에서 지속적인 점거 농성이 투쟁의 초점을 형성하고 승리의 비결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이화여대에서도 (출퇴근 방식으로 농성장을 비우지 말고) 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의 연대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고려대·이화여대에선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과 임금 인상 투쟁을 결합해 학교 당국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학생의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연대는 미화 노동자 투쟁의 큰 자산이다. 학생들은 대책기구를 구성해 밤낮으로 투쟁을 지원하고 연대를 조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 당국도 노동자들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런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방어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학생대책위원회는 대학 당국의 파업 비난을 반박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도배했다. 결국 이화여대 측은 자신의 입장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내려야만 했다. 이런 통쾌한 소식이 노동자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다함께’ 연세대 회원들이 ‘등록금이 동결돼 임금을 인상할 수 없다’는 학교 측의 논리를 반박하며 파업을 지지하는 신문을 판매한 것도 이런 행동의 일환이었다. 그 점에서 미화 노동자 투쟁 지원에 헌신적인 연세대 동아리 ‘살맛’이 이런 신문 판매를 제지하려 한 것은 정말 유감이다.

일부 사람들은 ‘투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 아니다’ 하고 여기는 듯하지만, 학생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정치적으로 연대하려는 시도는 투쟁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다함께’ 고려대 모임이 등록금 투쟁과 임금 인상 투쟁을 결합하자고 제안해 성사된 3월 16일 노동자·학생 공동 집회도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학교 당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냈다.

그런 점에서 고려대 ‘학생 행진’ 활동가가 “지금은 교섭에 집중할 때”라거나 “세 곳 동시 점거는 역량상 어렵다”며 사실상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를 추수한 것은 아쉽다.

지금 ‘다함께’ 등의 학생들은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을 세 대학 모두로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투쟁 승리에 효과적인 전술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다.

노동자·학생 들은 이런 연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