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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미화·경비 노동자:
점거파업이 대학 당국을 물러서게 하다

이화여대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 끝에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 인상’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노동자들은 시급 4천6백 원 지급(9.5퍼센트 인상), 식대 1만 원 인상, 경비직 휴게시간 중 1시간에 대한 임금 지급, 노조 전임자 1명 추가 확보 등을 따냈다.

이화여대 노동자들이 고려대·연세대보다 더 빨리 대학 당국의 양보를 얻어낸 것은 단연 강력한 투쟁 덕분이었다. 노동자들은 세 대학 중 가장 먼저 무기한 전면 파업과 본관 농성에 돌입해 사흘만에 성과를 냈다.

‘시급 4천4백50원 이상은 못 준다’고 버티던 대학 당국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에 밀려 물러섰다. 첫날 긴급 집회에 5백여 명이 참가하는 등 연대가 확대되고 점거파업이 다른 두 대학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자, 이것이 노동자들의 투지를 더 자극해 투쟁 수위가 (24시간 점거 농성으로) 높아지고 요구도 더 커질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23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이 오후에 열린 파업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 당국은 전면 파업 둘째 날 본관 문을 걸어 잠그고 비조합원들을 동원해 야유를 퍼붓는 등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어느 것 하나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투지를 불태우며 본관에 진입했고, 농성장을 본관 로비에서 총무처 사무실 안으로 옮겨 연좌 농성을 이어갔다. 일부 노동자들은 “학교를 비우면 안 된다”, “그냥 여기서 밥 해 먹으면서 24시간 농성하자”고 소리쳤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에 놀라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총학생회 간부들을 만나 “본관 점거는 심하지 않냐. 학교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 하며 농성 해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다함께 이화여대 모임 등으로 구성된 학생대책위원회는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하며 연대를 확대하려고 노력했다. 전면 파업 기간 내내 더 광범한 연대를 호소하는 홍보전과 대자보 부착 등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효과적인 투쟁 방향을 제시하려고도 노력했다.

일부 노동자들이 더 강력하게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학생대책위원회도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힘을 보탰다. 결국 시한부 파업과 태업으로 투쟁 수위를 조절하며 교섭에 기대를 걸던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도 이런 제안을 수용했다.

이런 학생·노동자 들의 연대는 대학 당국에겐 골칫거리였다. 더구나 3월 31일에 예정된 학생 총회가 노동자 파업과 결합되면 두 투쟁이 서로를 자극하며 더 크게 확대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 미화 노동자는 “3월 31일에 학생과 노동자가 뭉치지 못하게 하려고 빨리 타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이번 결과에 아쉬운 대목도 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는 애초에 시급 5천1백80원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지만, 노동자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요구를 시급 4천6백 원으로 낮췄다. 노동자들의 다수는 이 수준을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하다고 보는 듯하지만, 일부는 “적어도 4천8백 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5천1백80원을 주장하며 더 싸워야 한다” 하고 말하기도 했다. 높은 물가 인상률을 고려할 때 4천6백 원은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이다.

디딤돌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 위기 이후 낮아졌다가 지난해 5.1퍼센트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현행 최저임금보다 6.5퍼센트 높은 시급 4천6백 원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11.3퍼센트였고, IMF 경제 위기 때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998년 2.7퍼센트로 낮아졌다가 1999년에 4.9퍼센트로 오르기 시작해 그 이듬해인 2000년엔 16.6퍼센트로 대폭 인상된 바 있다.

만약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가 이화여대 한 곳만이 아니라 세 대학 모두에서 동시에 점거파업을 벌이고 민주노총·공공노조·사회단체 등으로 연대를 확대해 임금 인상률을 더 높였다면, 4월부터 시작될 내년 최저임금 협상도 더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이화여대 임금협상 합의서에 ‘임금 인상 결과를 올해 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하는 데서 비조합원은 제외한다’고 명시된 것도 아쉽다.

비조합원들에게까지 투쟁의 성과를 모두 적용해 조합원·비조합원 간의 단결을 강화하는 게 대학 당국과 사측의 눈치를 보며 노조 가입을 머뭇거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이기도 한데 말이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미화·경비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점거파업은 연대의 초점을 형성하고 대학 당국을 압박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그래서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고려대·연세대에서도 곧 점거파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본관 점거도 이화여대처럼 출퇴근 방식이 아니라 24시간 농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투쟁 계획을 세우는 데서 다함께 고려대 모임 등의 활동가들의 제기도 한몫했다.

더구나, 고려대에선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과 임금 인상 투쟁을 결합해 노동자·학생이 함께 대학 당국에 맞서기로 했다. 고려대 학생·노동자 들은 내일(3월 29일) ‘등록금은 내리고 임금은 올려라’ 하고 요구하며 함께 집회를 갖고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다.

미화 노동자 투쟁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은 곧 시작될 고려대·연세대 점거파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민주노총·공공노조·사회단체 등은 강력한 연대로 이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며, 그것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투쟁과 임금 인상 투쟁에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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